주재원 시절,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낯선 땅, 바쁜 출장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배웠다.
처음엔 단순히 어울리기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새 골프는 내 주말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골프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잘 칠 땐 핸디 18, 못 치면 백돌이.
아직도 "골프 친다"고 말하기 민망한 실력이다.
중간중간,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라운딩 날이면 대학 선배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야, 회사생활 하며 뭐 한 거야. 나보다 드라이브가 짧으면 어떡하냐?”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날은 골프 연습장에 다시 갔다. 혼자서, 묵묵히.
골프는 테니스와는 달랐다.
테니스는 20년 만에 쳐도 몸이 기억하는데,
골프는 한 달만 쉬어도 백돌이로 돌아간다.
그렇게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회사 일도 많은데, 주말까지 골프에 시달려야 하나?
여러 번 마음속에 물음표가 스쳤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지인들과의 일상의 라운딩이 있었다.
1번 홀, 버디. 2번 홀, 드라이브가 제대로 맞았다.
‘이번에도 버디?’ 기대하며 우드를 잡았는데, OB. 양파.
3번 홀은 드라이브부터 헤저드.
깊은 한 숨을 쉬고 아이언으로 안전하게 붙였고, 다행히 파.
그날도 결국 내 실력대로, 헨디 21에 수렴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왜 이렇게 인생과 닮았지?”
홀 하나하나, 샷 하나하나가 다 소중했다.
잘 맞은 샷, 망한 샷, 우드의 오비, 헤저드의 한숨까지.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점수가 되었고,
그 점수는 내 하루, 내 인생을 말해주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힘들고 애증이 얽혀 있어도,
나는 골프를 완전히 놓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운전해서 1~2시간 가야 하고, 라운딩에 5시간,
그리고 다시 운전해서 집에 와야 한다.
중간에 맥주 한잔도 어렵고, 뒷풀이는커녕 바로 귀가다.
그렇게 1년이 넘도록 골프채를 꺼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다시 치자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망설인다.
골프는 내게 또 하나의 ‘성과 압박’이자 스트레스였으니까.
한 번 채를 들면, 다시 골프라는 세계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 안에서 실망하고, 연습하고, 나를 또 밀어붙여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조용히 되묻는다.
다시 골프를 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