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하나씩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는다.
매일 지나던 사무실 복도, 익숙한 회의실, 그 안에서 오가는 대화들...
그 풍경들이 나와는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 시간 좀 남았잖아요."라는 말이 위로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나는 안다.
퇴직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와 비슷한 또래는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언젠가부터 '연륜'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 되었다.
그 말 속에는 고마움도 담겨 있지만, 은근한 작별의 예고도 담겨 있다.
회의에서 마주하는 후배들의 활기, 속도감, 새로운 언어들...
그 안에 내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특히 외국에서 7년을 보내고 돌아온 나는, 낯선 문화 속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나다웠던 순간이 있다.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던 시절.
얼마전 후배들과 점심을 먹으며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이 그렇게 울컥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아, 그때가 내 전성기였구나.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살아 있던 순간.
후배들이 물으러 올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그 경험이 아직은 필요하구나, 그 생각 하나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문득문득, 좀 더 빨리 돌아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위치, 나의 역할, 나의 경로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아쉬움은 이따금 마음 한구석을 눌러온다.
요즘의 하루는 전과 많이 다르다.
손에 잡히는 일이 없다.
실무의 바쁨 대신 회의와 결정을 반복한다.
이 일이 왜 재미없을까 생각해보면, 이제 나는 중심이 아니라는 자각 때문이다.
기댈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묻는 사람도 줄어든다.
허전함, 쓸쓸함, 그런 감정들이 잔잔하게 밀려온다.
그러나 그 감정의 이면에는 또 다른 갈망이 있다.
나는 다시 실무를 뛰고 싶다.
해외 시장을 누비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외국 파트너와 협상하고,
현장을 뛰며 긴박하게 판단을 내리던 그 순간들로 돌아가고 싶다.
그 속에서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또렷이 느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잘 증명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퇴직은 나에게 끝이 아니다.
그날은, 새로운 시작의 문 앞에 서는 날이다.
그 시작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나는 다시 움직이려 한다.
그렇기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문장을 남기며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퇴직날은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나를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