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최근 서울로 올라와 검진을 받고 바로 입원하셨다.
나는 병원에 익숙한 사람이다.
아버지의 심장에 세 개의 스텐트를 넣으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 덕분에 병실 구조나 입원 준비물은 머릿속에 다 들어 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병원에 갈 일이 없었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허리 수술 부위가 다시 문제를 일으켜, 결국 입원하게 되었다.
움직이기도 힘든 어머니 곁엔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
입원이 갑자기 결정된 터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간병인을 구할 수도 없어, 내가 직접 병실에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내일 아침 아내가 옷가지를 가져오면, 회사 짐에서 씻고 출근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준비물이었다.
세면도구, 화장지, 물티슈, 물, 슬리퍼, 수건, 베개, 이불...
모두 당일 병원 앞 편의점에서 급히 사야 했다.
퇴근 후 병원에 도착하니 상황이 정리되었고, 자연스레 장기전에 들어가는 마음이 되었다.
다행히 대부분은 구했지만, 베개와 이불만은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의 바지를 접어 베개로 삼고, 어머니의 윗옷을 덮으며 추운 새벽을 버텼다.
짧은 쪽잠을 자는 사이,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아버지의 장 천공으로 매주 서울과 진주를 오가던 시절,
똥오줌을 받아내어도 나아지지 않던 아버지의 병세,
결국 투석하며 중환자실에서 삶을 내뱉으시던 그 순간,
그 기억들이 병실의 어둠 속에서 천천히 피어올랐다.
아버지가 삶과 죽음을 오갈 때
나는 숨을 쉬고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아프고 병원을 가고 치유를 하고
누군가는 쉬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다.
아프지 말자. 죽더라도 존엄성을 지키고 싶다.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다만, 기억을 잃고, 나 자신을 잃은 채 사라지고 싶지는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