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3, 신사는 왜 그토록 많을까

-일본 여행길에서 만난 조용한 신의 집

by Yan

일본을 걷다 보면, 이상할 정도로 자주 신사를 만나게 된다.
도쿄 한복판에서도, 산속 작은 마을에서도, 어딘가에는 붉은 도리이(鳥居)가 서 있다.
도심 속의 바쁜 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 문 앞은, 마치 다른 시간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다.

나는 처음엔 그저 ‘일본식 절’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을 들러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신사는 절이 아니다.
그곳에는 불상도, 스님도, 향냄새도 없다.
대신 묘하게 맑고 고요한 공기가 흐른다.

참배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도 있고 엄마, 숙녀, 정장차림의 아저씨들 다양하다.
그곳은 일본인들의 ‘삶과 마음이 교차하는 자리’인 것 같았다.

신사에 대해 알아봐야 겠다.


신사는 처음부터 ‘자연’을 모셨다

신사의 시작은 아주 오래된 시대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오래전부터 자연 속에 ‘신(神, 카미)’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산, 나무, 돌, 물, 바람까지 세상의 모든 것에 생명이 있다고 느꼈던 거다.

그래서 처음의 신사는 건물조차 없었다.
큰 나무나 바위 앞에 밧줄을 치고, “이곳은 신의 자리입니다”라고 표시하는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주변에 작은 사당을 세우고,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그게 지금의 신사의 시작이다.


마을의 중심이자 사람들의 일상

이후 일본이 하나의 나라로 정비되면서, 신사는 각 지역의 중심이 되었다.
풍년을 빌고, 병을 막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곳.
우리로 치면 옛날의 당산나무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일본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신사에 간다.
학생들은 합격을 빌고, 연인은 인연을 기원하고, 회사원은 사업 번창을 빈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누군가는 조용히 마음을 정리한다.
그 모든 일들이 신사 안에서 일어난다.


도고 제독을 모신 신사,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갔던 곳은 아마 도쿄 신주쿠의 ‘도고 신사(東郷神社)’ 였다.
이 신사는 러일전쟁 때 일본 해군을 승리로 이끈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을 신(神)으로 모신 곳이다.
전쟁 영웅을 신격화한 사례인데, 일본에서는 이런 신사가 꽤 있어.

그럼 도고 제독의 시신이 그 안에 있을까?
아니다.
신사는 묘(墓)가 아니라, 영혼(神霊)을 상징적으로 모시는 곳이다.
즉, 시신이나 유물이 안치된 게 아니라,
그의 정신과 공적을 ‘신의 형상’으로 모신 상징적 공간이다.

도고 제독의 실제 묘는 도쿄 다마묘지(多磨墓地)에 있다고 한다.
거기에 그의 무덤이 있고, 신사에는 ‘도고 영령(東郷神霊)’을 위한 제단만 존재한다.
신사에 있는 의자는 제례나 참배자가 잠시 앉아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놓인 것이다.
조용히 앉아 있으면, 제독을 신으로 추앙했던 시대의 공기 같은 것이 스며드는 걸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신사는 결국 일본인의 ‘마음의 습관’이다

그곳을 둘러보면 ‘종교적인 경건함’보다는
어딘가 생활 속의 의식 같은 차분함이 있다.
출근 전 잠깐 들러 고개를 숙이고, 결혼식 날에는 하얀 기모노를 입고 걷는다.
죽음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방식,
두려움보다는 존중과 균형의 태도가 신사의 본질이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신사

내가 느낀 신사는 ‘기도의 장소’라기보다 ‘쉼의 장소’였다.
도리이를 지나면 바람소리가 달라지고,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가면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
그 고요 속에서 일본 사람들은 세상과, 그리고 자신과 화해하는 법을 배워온 것 같다.

그래서 일본의 신사는, 결국 ‘신을 위한 집’이 아니라
‘사람이 마음을 되돌리는 장소’인지도 모른다.


*도고제독을 찬양하거나 치켜세울 의도는 전혀 없다. 그의 러시아 발틱함대 격파는 곧 조선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확고하게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행자의 입장에서 신사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내기 위한 글이라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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