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화. 카페에서의 작은 제안 -
제6화. 카페에서의 작은 제안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재훈의 손가락은 결국 한 글자도 적어내지 못했다. 대신, 그는 망설임 끝에 ‘확인’ 버튼을 눌렀다. 서진의 카톡이었다.
'혹시… 내일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저희가 먼저 찾아뵙겠습니다.'
재훈은 창밖을 보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동탄의 아파트는 마치 거대한 회색 성벽 같았다. 그 성벽 안에 갇혀버린 것 같던 자신의 인생이, 저 청년의 문자 한 통에 다시 미세하게 흔들렸다.
다음 날 오후, 정희 다방. 재훈은 약속 장소에 나갔다.
'어쩐 일이야? 둘이 오붓하게.' 정희가 따뜻한 꿀차를 건네며 짓궂게 웃었다.
잠시 후, 서진과 팀의 핵심 개발자 민혁이 들어왔다. 그들은 마치 갓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병사들처럼 지쳐 보였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진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재훈은 어색하게 앉았다. '무슨 일 때문에….'
'사실 저희가 지금 큰 위기예요.' 서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희 AI는 공정 관리를 예측하지만, 현장의 아주 사소한 '노하우'를 데이터로 넣는 데 실패하고 있어요. 그래서 예측 정확도가 70%를 못 넘고 있습니다.'
"노하우…." 재훈은 그 단어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25년을 몸에 새긴 단어였다.
민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데이터로 보면 분명 문제없는 과정인데, 현장에서는 수율이 계속 떨어져요.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서진은 재훈의 눈을 응시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제조업 공정 관리 경험이 있으시다면, 저희 팀의 '자문'으로 잠깐만이라도 함께 해주실 수 있을까요? 돈은…'
재훈은 그의 말을 잘랐다.
'돈 문제가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단호했다.
'저에게는… 일할 용기가 없어요. 이미 한 번 잘린 사람입니다.'
그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그 말에는 묵직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 6화 끝 ---
금요일 연재 웹소설 7회 이어집니다.
이해담 (Elias Th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