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3번 출구에서 만난 미래

- 제13화. 정희의 이야기 -

by 방랑자 연필


제13화. 정희의 이야기


재훈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25년을 바친 회사를 잃었을 때도 울지 않았던 그가, 청년의 날카로운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


정희가 물을 가져와 재훈의 앞에 놓아주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재훈의 옆에 앉아 있었다.

제가… 너무 오지랖을 부렸나 봅니다. 재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한테는 이제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지혜만 남았는데… 그걸 억지로 꺼내 보이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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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는 조용히 웃었다.

'재훈 씨. 청년도, 중년도… 결국 다 살아보자고 하는 사람들이지.'

정희는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한때 동대문 시장에서 옷 장사를 했었다고 했다.


'젊을 때는 기술이 최고인 줄 알았지. 좋은 재봉틀, 최신 트렌드… 그런데 결국 손님을 붙잡는 건 '정(情)'이더라고. 옷 한 벌 파는 것보다, 그 사람의 사연을 들어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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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씨도 마찬가지야. 저 청년들은 기술이라는 칼을 들고 있지만, 정작 그 칼을 휘두를 심장이 없지. 그리고 재훈 씨는 그 심장을 가지고 있고.'

정희는 꿀차 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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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다른 건,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청년들은 앞을 보느라 뒤를 놓치고, 재훈 씨는 뒤를 보느라 앞을 못 보는 것뿐이지. 서로에게 부족한 심장과 눈을 나눠주면 돼.'


재훈은 정희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기술’과 ‘경험’의 대립이 아닌, ‘심장’과 ‘눈’의 교환이라는 비유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상처가 치유되는 듯한 따뜻하고 담백한 위로였다.


— 13화 끝 —



화요일 연재 웹소설 14회가 이어집니다.



이해담 (Elias Th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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