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화. 예상치 못한 연락 -
제14화. 예상치 못한 연락
그날 저녁, 재훈은 집에 돌아와 빈 공책을 펼쳤다. 그는 서진과의 갈등, 그리고 정희의 조언을 천천히 적어 내려갔다.
‘심장과 눈의 교환.’
그는 펜을 들고 자신이 25년 동안 공장에서 겪었던 수많은 오차와 노하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기록이었다.
'작업자 이 씨, 아내가 아파서 2주일간 집중도 30% 하락. 그 기간 불량률 12% 증가.'
'4호기 기계는 진동이 심해지면 작업자가 무의식적으로 5초 일찍 멈추는 습관.'
그것은 기술적인 보고서가 아니라, 공장이라는 거대한 유기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들이 만들어낸 '생존의 기록'이었다.
다음 날 오전. 재훈은 다시 정희 다방으로 향했다. 더 이상 스타트업 팀과 엮이지 않으리라 결심했지만, 어쩐지 이 카페에 와야 마음이 편안했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서진이었다.
재훈은 받을까 말까 망설였다. 다시 자존심에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잠시 후 문자가 도착했다.
'재훈 님.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 제 말은 취소하고 싶어요. 제가 너무 얕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서진의 요청은 예상 밖이었다.
'하루만… 현장에 같이 가보실 수 있을까요? 저희 AI가 예측하지 못하는 그 '오차'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부장님의 눈으로요.'
재훈은 문자를 읽고 숨을 멈췄다. 서진이 자신의 자존심을 꺾고, ‘현장의 눈’을 요청한 것이다.
— 14화 끝 —
수요일 연재 웹소설 15회가 이어집니다.
이해담 (Elias Th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