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다시 쓰는 인생의 문장들

- 제10화. 두려움과 불안: 그림자의 역할 -

by 방랑자 연필


제10화. 두려움과 불안: 그림자의 역할


새벽 찬송 소리에 담긴 고백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베란다에 서서 어두운 도시를 내려다봅니다. 50대라는 나이가 주는 불안감은 생각보다 묵직합니다. 자녀들의 뒷바라지, 노후 준비, 그리고 점점 쇠약해지는 몸. 어둠은 때로 이런 걱정들을 집어삼킬 듯이 키워놓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40대 시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찾아갔던 작은 개척교회의 새벽 찬송 소리를 기억합니다. '감원의 칼날' 앞에 무력했던 가장이 발견한 유일한 위로였습니다. 불안은 피해야 할 괴물이 아니라, 내 영혼을 새롭게 하기 위한 간절한 부르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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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천에서 배운 회복 탄력성 (지식 참조: 귀인의 필적)

두려움에 대처하는 법을 저는 어린 시절 고향 악양천에서 이미 몸으로 익혔습니다. 친구들과 고랑 물을 막아 고기를 잡고, 참게를 낚던 그 치열하고 즐거웠던 놀이들. 물에 빠지고 상처를 입어도 다음 날이면 다시 웃으며 냇가로 나갔던 그 시절의 저는 '회복 탄력성'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53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어린 막내아들로서 겪어야 했던 상실감은 제 인생의 가장 큰 그림자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노름으로 집을 잃고도 다시 만물상회를 일궈내며 '회복의 교과서'가 되어주셨습니다. 8년 전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나서야 저는 그 그림자가 사실은 빛이 있었기에 존재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업 정리와 퇴사라는 선택 앞에서도 제가 담대할 수 있었던 것은 , 실패라는 조각들이 모여 결국 지혜의 모자이크를 만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의 실직은 저를 영국계 기업의 회계팀장으로 이끌어준 '축복의 변장'이었고 , 12년 IT 사업의 마침표는 새로운 컨설팅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한 지혜로운 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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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즐기는 용기: 그림자와 함께 걷기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림자는 우리가 빛을 향해 걷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는 그 불안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60대에 접어들어 AI를 배우고 글쓰기 작가 과정에 도전하며 매일 새로운 숙제를 마주합니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저는 이제 그 문제를 즐깁니다. 중년의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을 내딛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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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가르쳐준 것들을 양분 삼아, 비워야 다시 채워진다는 진리를 실천하며 삽니다. 아버지가 지으셨던 그 웅장한 기와집처럼, 저 또한 제 인생의 지혜를 단단한 기와로 얹어 후배들에게 비바람을 피해 갈 수 있는 처마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삶은 여전히 나에게 숙제를 내지만, 나는 이제 그 문제를 즐길 줄 아는 소년이 되었습니다.'



다음 회 '마흔 이후, 다시 쓰는 인생의 문장들' 연재 에세이는 매주 수요일에 이어집니다.



다시 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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