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3번 출구에서 만난 미래

- 제15화. 현장 동행 -

by 방랑자 연필


제15화. 현장 동행


재훈은 서진의 요청을 수락했다. 하루뿐이라는 조건이었다.

재훈과 서진, 그리고 민혁은 동탄 외곽에 위치한 작은 제조업 공장을 찾았다. 이 공장은 서진의 스타트업이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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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들어서자, 재훈은 25년 동안 맡아왔던 익숙한 기름 냄새와 기계 소음에 가슴이 뛰었다. 서진과 민혁에게는 낯설고 혼란스러운 공간이었지만, 재훈에게는 그의 젊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고향 같았다.

서진은 노트북을 들고 AI 시스템의 데이터를 현장 작업 흐름에 대조했다.


"여기 보세요. AI는 A작업과 B작업 사이에 5분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예측합니다. 하지만 현장 작업자는 3분 만에 B작업을 시작하고 있죠. 그래서 시스템이 오류를 뱉어내는 거예요." 서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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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AI가 틀린 게 아니잖아. 작업자들이 게으르거나 급한 거잖아." 민혁이 불평했다.

재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조용히 A작업을 하는 중년의 작업자에게 다가갔다. 작업자는 땀을 흘리며 기계를 닦고 있었다.


"사장님. 5분 쉬셔야죠. 왜 3분 만에 시작하세요?" 재훈이 물었다.

작업자는 허리를 펴고 재훈을 바라보았다.

"쉬고 싶어도 못 쉽니다. 이 기계… 습관적으로 2분 늦게 돌기 시작하거든. 내가 먼저 시작해야 납기일 맞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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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은 충격을 받았다. 서진의 AI는 모든 기계가 ‘정확히 작동한다’는 가정하에 설계되었지만, 현장의 낡은 기계는 이미 2분의 오차를 갖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AI팀이 몰랐던 ‘현장의 진짜 문제’였다.

서진과 민혁은 망연자실했다. 수백 줄의 코드로 풀 수 없었던 문제가, 현장 작업자에게 건넨 질문 한마디로 해결된 것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 사람을 이해해야 합니다." 재훈이 다시 한번 그 말을 되뇌었다. 이제 그 말은 재훈의 외침이 아닌, 서진과 민혁에게 전하는 깨달음이었다.


— 15화 끝 —

목요일 연재 웹소설 16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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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예고


16화에서는 재훈의 경험과 청년들의 기술이 처음으로 제대로 결합됩니다. ‘인간의 오차’가 아닌 ‘기계의 오차’를 해결하기 위해 두 세대는 협력하고, 마침내 팀워크의 시작을 알리는 첫 성공의 신호를 잡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협력을 통한 갈등 해소와 함께, 이들의 성공이 새로운 위협을 불러오는 과정을 담아내겠습니다.



이해담 (Elias Th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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