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화. 프로젝트 재정비 -
제16화. 프로젝트 재정비
현장에서 돌아온 서진과 민혁의 눈빛은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이제 재훈을 단순히 '참관하는 어른'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재훈을 '현장의 지도를 가진 안내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민혁은 밤을 새워 코드를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기계의 노후화로 인한 2분의 딜레이를 변수로 넣고, 작업자의 심리적 압박감을 가중치로 설정하면…."
재훈은 그 옆에서 자신이 기록해 둔 낡은 수첩을 펼쳤다. 그 안에는 데이터로 환산되지 않는 수많은 '현장의 소리'들이 빼곡했다.
"민혁 씨, 여기 4번 라인은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오차가 커질 겁니다. 작업자들의 당 수치가 떨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시간대거든요. 그때는 AI가 예측하는 최적 경로보다 10% 정도 여유를 더 줘야 해요."
서진은 재훈의 말을 받아 적으며 감탄했다. "부장님, 아니 재훈 님. 이건 기술서가 아니라 인문학이네요. 저희는 기계가 사람을 맞추게 하려 했는데, 재훈 님은 사람이 기계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고 계셨어요."
두 세대의 협업은 뜨거웠다. 재훈의 경험이 서진의 알고리즘 속으로 스며들자, 70%를 맴돌던 AI의 예측 정확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80%, 85%… 그리고 마침내 꿈의 숫자라 불리는 90%를 넘어섰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재훈은 문득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전수해 준 이 지혜들이 결국 사람을 돕는 도구가 될지, 아니면 더 효율적으로 사람을 내쫓는 도구가 될지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진 대표." 재훈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아까 그 공장의 박 씨 아저씨는 어떻게 됩니까? 기계가 완벽해지면 그분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지는 거 아닌가요?"
서진은 자판을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그것은 이 시대의 모든 기술자가 마주해야 할 가장 아픈 질문이었다.
— 16화 끝 —
금요일 연재 웹소설 17회가 이어집니다.
이해담 (Elias Th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