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화. 기술의 벽: 소나기가 가르쳐준 진실 -
제24화. 기술의 벽: 소나기가 가르쳐준 진실
운명의 날이 밝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 팩토리 콘퍼런스. 이곳에서의 시연 결과에 따라 수십억의 투자와 팀의 생존이 결정된다. 서진은 무대 위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대기업 K-제조의 관계자들은 팔짱을 낀 채 비웃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자, 실시간으로 안산의 협력 공장 데이터를 불러와 공정 최적화를 시연하겠습니다.”
서진의 말이 끝나고 화면에 그래프가 나타났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화면의 그래프가 요동치더니 붉은색 경고등이 켜졌다. 시스템이 멈췄다.
“어? 왜 이러지? 네트워크엔 문제없는데!” 민혁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자판 위를 날아다녔다.
현장은 순식간에 술렁였다. 투자자들의 수군거림이 커졌다.
“역시 스타트업이군. 안정성이 떨어져.”
“대기업 거 쓰자니까. 애들 장난도 아니고.”
K-제조의 권 상무가 일어나 비아냥거렸다. “서 대표, 기술이라는 건 실험실 안에서만 돌아가면 안 되는 겁니다. 우리 시스템은 이런 돌발 상황에서도 완벽한 이중화가 되어 있죠. 그냥 포기하고 우리한테 흡수되는 게 어떻겠습니까?”
서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얼어붙었다. 민혁도 에러 코드를 찾지 못해 멘붕에 빠졌다. 그때, 뒷자리에 앉아 있던 재훈이 천천히 무대로 걸어 올라왔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당당했다.
“잠시만요. 이건 소프트웨어의 에러가 아닙니다.”
재훈은 민혁의 노트북을 뺏어 들더니, 코딩 화면이 아닌 공장의 실시간 날씨 위젯을 띄웠다.
“지금 안산 공장에 국지성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습도가 90%를 넘겼어요. 낡은 공장의 센서들이 습기 때문에 신호 간섭을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이건 코드가 틀린 게 아니라, '날씨'가 데이터를 방해하고 있는 겁니다.”
재훈은 시스템 설정창을 열어 센서의 민감도 값을 수동으로 조정하기 시작했다. 25년 동안 습한 여름과 건조한 겨울을 공장에서 버티며 몸으로 익힌 수치였다.
“기계는 숫자로 움직이지만, 그 기계를 감싸고 있는 건 공기입니다. 습도가 높을 땐 신뢰 구간을 5% 넓혀야 합니다. 보세요.”
재훈이 엔터를 치자, 멈췄던 그래프가 다시 부드럽게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시장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 24화 끝 —
수요일 연재 웹소설 25회가 이어집니다.
이해담 (Elias Th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