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화. 버려야 할 습관 목록: 소진을 막는 지혜 -
제12화. 버려야 할 습관 목록: 소진을 막는 지혜
[도입. 오래된 수첩 속의 붉은 줄]
책상 깊숙한 곳에서 10년 전 플래너를 발견했습니다. 아침 7시 조찬 회의부터 밤 11시 접대까지, 빈틈없이 빼곡한 일정들이 마치 저를 비웃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바쁨’을 훈장처럼 달고 살았습니다. 하루라도 스케줄이 비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지요. 마치 멈추면 그대로 쓰러지는 팽이처럼, 저는 저 자신을 무섭게 채찍질하고 있었습니다.
[전개. 12년의 질주, 그리고 번아웃의 끝에서] (지식 참조: 귀인의 필적: 작가의 저서)
IT 벤처 사업을 운영하던 12년은 제게 가장 화려했지만, 동시에 가장 황폐했던 시기였습니다. 500여 개의 고객사를 관리하며 본사의 매출 압박과 직원들의 생계를 어깨에 짊어지고 강남역 거리를 뛰어다녔습니다. 그때의 습관은 ‘최단 시간, 최고 효율’이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핸드폰을 놓지 못했고, 잠을 자면서도 다음 날 보고서를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낯선 노인을 보았습니다. 눈동자는 생기를 잃었고, 가슴은 늘 돌덩이를 얹은 듯 답답했습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자수성가해야 한다는 강박이 만든 독이었습니다. “더 열심히, 더 많이!”라는 외침이 사실은 제 영혼을 깎아 먹고 있었다는 것을 8년 전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나서야 비로소 정지 화면처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만물상회를 하시면서도 늘 ‘쉬어가는 법’을 아셨습니다. 장사가 안 되는 날엔 손님과 차 한잔 나누며 세월을 낚으시던 그 여유가, 99세까지 장수하신 비결임을 왜 몰랐을까요.
[전환. 효율의 노예에서 여백의 주인으로] (미래의 희망)
이제 저는 매일 아침 ‘Not-To-Do List(하지 않을 일 목록)’를 작성합니다. ‘메일 바로 답장하지 않기’, ‘남의 눈치 보며 약속 잡지 않기’, ‘의미 없는 모임 가지 않기’. 이렇게 하나씩 지워나갈 때마다 제 마음에는 신기하게도 평화로운 숲길이 생깁니다.
중년의 브랜딩은 무엇을 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하는 작업입니다.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도 결국은 ‘나만의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함이어야 합니다.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저는 그 시간에 아내와 커피 향을 즐기거나 바다를 보며 사색합니다. “비워야 다시 채워진다”는 말은 고리타분한 경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고의 전략임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결말.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다.]
“애쓰지 마라. 꽃은 비바람 속에서도 자신의 속도로 피어난단다.”
마흔 이후,~ 연재 에세이는 다음 주 수요일에 이어집니다.
다시 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