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철학

- 제13화. 새벽 시장의 소음: 활기와 혼돈 속에서 중심 잡기 -

by 방랑자 연필


제13화. 새벽 시장의 소음: 활기와 혼돈 속에서 중심 잡기


[장면: 푸르스름한 새벽 공기, 상인들의 외침과 생선 상자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세상이 잠든 시각, 새벽 시장은 가장 뜨거운 삶의 열기로 들썩입니다. 비릿한 바다 내음과 흙 묻은 채소의 향이 뒤섞인 공기 속에서 사람들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상인들의 투박한 목소리, 손수레의 바퀴 소리, 물건을 싣고 내리는 소음들이 층층이 쌓여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골목을 가득 채웁니다. 누군가에게는 견디기 힘든 소란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이 소음이 마치 심장 박동 소리처럼 생동감 있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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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활기찬 시장통을 걸을 때면, 나는 하동 악양의 정서마을에서 만물상회를 운영하시던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작가는 《귀인의 필적》에서 어머니의 가게를 '인생의 첫 번째 학교'로 묘사합니다. 1년이라는 가장 춥고 고독했던 셋방살이 끝에 어머니가 일궈낸 그 작은 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애환이 모이고, 나눔과 정이 오가며, 고난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는 '회복 탄력성'이 꽃피던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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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삶은 늘 소란스럽습니다. 직장 내의 갈등, 사업의 성패, 그리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세상의 요구들. 작가 또한 강남의 빌딩 숲에서 IT 사업을 경영하며 그 소란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매출 목표와 상장이라는 거대한 소음 속에서 자칫 중심을 잃기 쉬울 때마다, 그를 붙잡아 준 것은 새벽 시장처럼 치열하게 삶을 일궈가던 부모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삶의 소음은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리듬을 타고 내면의 고요를 지키는 것"임을 작가는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진정한 평온은 산속의 적막 속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가장 시끄러운 한복판에서도 나만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어른의 지혜입니다. 작가가 60대의 나이에 AI를 배우고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라는 거대한 소음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용기입니다. 소음은 소음일 뿐, 나의 본질을 흔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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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장 한쪽 구석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커피 한 잔을 마십니다. 주변은 여전히 정신없이 분주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맑은 샘물 하나가 흐르는 듯한 고요가 찾아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장터에서 저마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상인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소음의 크기가 아니라, 그 속에서 내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내 안의 종소리는 더 맑게 울려야 한다."



'커피 한 잔의 철학' 연재 에세이는 2월 23일에 이어집니다.



모닝브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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