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3번 출구에서 만난 미래

- 제27화. 고립무원: 끊어진 생명선 -

by 방랑자 연필


제27화. 고립무원: 끊어진 생명선


권 상무의 경고는 허언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사무실 분위기는 초상집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호적이었던 투자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연락을 끊었다. 'K-제조, 스타트업 오라클 상대로 특허권 침해 및 기술 유출 소송 제기'라는 기사가 경제지 1면을 장식했다.


"대표님, 법인 계좌가 묶였어요. 당장 다음 달 임대료랑 서버 비용도 없는데…." 민혁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20251229_145315.jpg


서진은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자본의 힘인가요? 우리가 아무리 좋은 기술을 만들어도, 그들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건가요?"


재훈은 팀원들의 무너진 표정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꺾으려는 심리전이라는 것을. 재훈은 조용히 외투를 집어 들었다.

"어디 가세요, 대표님?"


"끊어진 생명선을 다시 이으러 간다. 너희는 여기서 시스템 지켜. 단 일 초라도 서버가 멈추게 하지 마. 그게 우리의 마지막 증거니까."


20251229_145319.jpg


재훈은 곧장 동탄 3번 출구 앞, '정희 다방'으로 향했다. 정희는 말없이 진한 쌍화차 한 잔을 내놓았다. "소식 들었어. 세상 참 험하다, 그치?"


재훈은 차를 마시며 수첩을 꺼냈다. 거기에는 그가 평생을 바쳐 일하며 맺어온 인맥들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도와줄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때, 정희가 재훈의 수첩 위로 낡은 명함 한 장을 밀어 넣었다.


20251231_165806.jpg


"이 사람, 기억나? 예전에 재훈 씨 밑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시골에서 작은 금형 공장 하는 사람."

명함에는 '대길 정밀, 박대길'이라고 적혀 있었다. 재훈의 기억 속에서 20년 전, 사고로 손가락 한 마디를 잃고 울먹이던 어린 기능공의 얼굴이 떠올랐다. 재훈이 사비를 털어 치료비를 대주고 끝까지 현장에 남게 도와줬던 친구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대한 자본이 아니야. 우리 기술이 진짜라는 걸 증명해 줄 '살아있는 현장'이지." 재훈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고립무원의 위기에서, 그는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반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27화 끝 —


월요일 연재 웹소설 28회가 이어집니다.



이해담 (Elias Thorn)


작가의 이전글나는 이제 사람을 경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