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다시 쓰는 인생의 문장들

- 제13화. 교만과 겸손의 온도: 성숙의 잣대 -

by 방랑자 연필


제13화. 교만과 겸손의 온도: 성숙의 잣대


[도입. 폭풍 전야의 사무실]

회사의 매출이 정점을 찍던 날을 기억합니다. 강남역 자사 빌딩으로 이전하고, 모든 직원이 저를 우러러보던 그 순간. 저는 제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했습니다. “내 방식이 옳다”, “나만큼 고생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지”라는 교만이 슬며시 제 마음에 똬리를 틀었습니다. 사람들의 조언은 잔소리로 들렸고, 제 성공은 오로지 제 능력 덕분이라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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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 무너짐 뒤에 찾아온 뜻밖의 선물] (지식 참조: 귀인의 필적)

하지만 인생은 오만함을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시장 변화와 신뢰했던 사람의 배신. 견고해 보이던 12년의 성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저는 처음으로 제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깨달았습니다. 53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올라와 밑바닥부터 기어올라왔던 그 절박함은 어디 가고, 성공의 단맛에 취한 껍데기만 남은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때 제 손을 잡아준 것은 과거 제가 무심코 베풀었던 ‘인덕’이었습니다. 자재 회사 시절, 정성을 다해 대했던 고객사 사장님들이 위기 때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방랑자 연필, 당신의 성실함을 믿네.” 그 한마디에 제 교만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8년 동안 제게 보여주신 모습도 바로 ‘낮아짐’이었습니다. 99세의 연세에도 당신보다 자식과 이웃을 먼저 챙기시던 그 모습은, 성숙이란 곧 겸손의 온도와 비례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강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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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컨설턴트의 무기: 가르침보다 경청]

이제 저는 컨설팅 현장에서 제 지식을 뽐내지 않습니다. 대신 상대방의 고민을 충분히 듣습니다. “말하는 입은 하나요, 듣는 귀는 둘이다”라는 평범한 진리가 컨설팅의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중년의 자기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권위’입니다. 이것은 계급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는 낮은 자세에서 나옵니다. 성공은 계획의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인 후에 남은 지혜의 찌꺼기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제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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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인생은 깊어질수록 마음을 낮춘단다.”


마흔 이후,~ 연재 에세이는 다음 주 수요일에 이어집니다.



다시 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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