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3번 출구에서 만난 미래

- 제32화. 약속의 자리: "함께 가요, 대표님 -

by 방랑자 연필


제32화. 약속의 자리: "함께 가요, 대표님"


성공의 정점에서 서진은 재훈에게 아주 특별한 제안을 했다. 오피스텔 지하의 낡은 사무실을 떠나 강남의 화려한 빌딩으로 이전하자는 팀원들의 의견을 뒤로하고, 서진이 재훈을 데려간 곳은 동탄역 인근의 탁 트인 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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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우리의 '오픈 팩토리 센터'를 지을 겁니다.” 서진이 설계도를 펼치며 말했다. “여긴 공장이 아니라 학교이자, 도서관이자, 연구소가 될 거예요. 은퇴한 기술자들이 청년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청년들은 그 노하우를 AI로 디지털화하는 공간이죠.”


재훈은 설계도 위에 그려진 노인과 청년이 섞여 있는 풍경을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것은 그가 꿈꿨던 ‘세대 공존의 미래’가 현실로 구현되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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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이제 진짜 함께 가요.” 서진이 재훈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처음엔 대표님의 경험이 필요해서 붙잡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저는 대표님의 '철학'이 필요합니다. 제가 기술의 속도에 취해 앞만 보고 달릴 때, 옆을 보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서진은 재훈에게 정식으로 '이사회 의장'직을 제안했다. 그것은 경영의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면서도, 회사의 영혼을 지키는 가장 높은 자리였다.

재훈은 대답 대신 서진의 어깨를 토닥였다. 25년 전, 그가 신입사원 시절 꿈꿨던 상사와 후배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었다.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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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두 사람은 정희 다방에 앉아 오랜만에 긴 대화를 나눴다. 정희는 말없이 두 사람의 잔에 리필을 채워주었다. “둘이 이제 진짜 닮아 보이네. 말투도, 웃는 모습도.” 정희의 말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소리 내어 웃었다. 3번 출구의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들이 앉은자리는 온기로 가득했다.


— 32화 끝 —

다음주 목요일 연재 웹소설 33회가 이어집니다.



이해담 (Elias Th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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