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의 두 번째 경영 — 삶을 경영하다

- 컨설팅보다 어려운 자기 관리: 내 안의 가장 무서운 적을 진단하다 -

by 방랑자 연필

제3화. 컨설팅보다 어려운 자기 관리: 내 안의 가장 무서운 적을 진단하다


고독한 회의실에서 마주한 '나 자신 보고서'

새벽 5시, 세상의 모든 소리가 잦아든 고요한 시간. 나는 서재의 작은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창밖에는 초겨울의 어둠이 남아 있지만, 내 책상 위에는 늘 '나 자신 보고서'라는 제목의 백지 한 장이 놓인다.


20년간 수많은 기업의 경영보고서를 작성하고 검토해 왔다. 복잡한 손익계산서, 엉킨 조직도, 시장점유율 그래프. 나는 숫자와 논리를 무기 삼아 기업의 문제를 날카롭게 진단하는 '문제 해결사'였다. 그 일은 명쾌했다. 적은 외부에 있었고, 승리 혹은 패배의 기준은 숫자로 명확하게 정의되었다.


그러나 경영 현장을 떠나, 삶의 2막을 맞은 지금, 나는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고객과 마주하고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이 고독한 책상에서 깨달았다. 세상의 어떤 기업 컨설팅보다 '나 자신을 관리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외부의 경쟁자들보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게으름과 불안, 그리고 나를 파멸로 이끌었던 '안일함'이라는 내부의 적이 훨씬 더 무서웠다.



창업 공신이 외면했던 '내부 리스크'


돌이켜보면, 나는 성장의 최전선에서 ‘창업 공신’이라는 타이틀에 취해 있었다. 회사 매출이 1조를 향해 급격히 치달을 때, 나는 영웅주의와 안일함이라는 달콤한 독에 서서히 중독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외부 리스크 관리는 철저했지만, 정작 내면의 리스크는 외면했다. 완벽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내 삶의 시스템은 균열이 가고 있었다. 《귀인의 필적/작가의 저서 중》


결국 40대 초반, 예상치 못한 감원의 칼날은 나를 회사의 구조에서 배제했다. 단순한 실직이 아니었다. 그것은 '너는 너 자신을 제대로 경영하고 있지 않았다'는 하늘의 준엄한 경고였다.

외부의 실패는 재무적 손실로 끝나지만, 내부의 실패는 존재 자체를 허무하게 만든다. 기업을 컨설팅할 때 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를 가르쳤지만, 정작 나는 가장 큰 리스크인 '나의 안일함'을 관리하지 못했다.


차가운 논리가 따뜻한 성찰로 변하는 순간, 나는 새로운 KPI(핵심 성과 지표)를 설정했다. 더 이상 매출이나 시장 점유율이 아니었다. '고요함', '깊이', 그리고 '영혼의 투명성'. 이것이 가장 작고 복잡한 시스템인 '나'를 경영하는 새로운 지표가 되었다.



AI 시대, 인간의 길은 결국 마음이 안내한다

AI가 모든 것을 계산하고 예측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AI는 수십 년간 쌓인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경영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AI는 실시간으로 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기업의 비효율을 진단할 것이다.

하지만 AI는 결코 '나 자신 보고서'를 써줄 수 없다. AI는 나의 깊은 불안의 근원을 찾아내거나, 완벽주의의 피로를 이해하고 '괜찮다'라고 위로해 줄 수 없다. 기술은 계산을 돕지만, 인간의 길은 결국 마음이 안내한다.


나는 매일 아침, 내면의 적들과 마주하는 '가장 치열한 회의'를 시작한다. 과거의 아픔이 남긴 트라우마,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여전히 나를 붙잡는 '성과주의'의 족쇄. 이 모든 것들을 진단하고, 용서하고, 다시 세우는 과정이 바로 인생 2막의 경영 컨설팅이다.



이는 '효율(Efficiency)'의 잣대를 내려놓고,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장기적인 경영 전략'이기도 하다.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는 가장 가까운 곳, 가장 근본적인 곳에서 시작된다. 나를 진단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이 고통이야말로 새로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임을 나는 믿는다.


'나는 이제 기업이 아닌, 나 자신을 컨설팅하고 있다.'




AI경영작가 조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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