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다시 쓰는 인생의 문장들

- 제17화. 고요함의 가치: 침묵이 주는 언어 -

by 방랑자 연필


제17화. 고요함의 가치: 침묵이 주는 언어


삼척 바다, 파도 소리조차 멈춘 새벽


아내와 함께 삼척 바닷가로 차박을 떠났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파도 소리마저 숨을 죽인 고요한 바다 앞에 섰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박힐 때, 비로소 제 안의 시끄러운 소음들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런 목적도, 계획도 없이 그저 어둠을 응시하는 이 순간, 저는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침묵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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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의 소음과 53년 전의 고독 (지식 참조: 귀인의 필적)


IT 사업을 하던 12년 동안 제 삶은 소음 그 자체였습니다. 강남역 5번 출구, 수많은 사람이 부딪히며 내는 구두 소리, 끝없이 울려 대는 스마트폰 알림, 매출 실적을 다투는 고성들. 저는 그 소음 속에 있어야만 제가 살아있다고 착각했습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서울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는 스스로를 거대한 확성기로 만들었습니다. 내가 여기 있다고, 나도 이만큼 성공했다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9년 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며 마주했던 그 적막은 제 인생의 모든 소음을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100년의 세월을 건너온 한 영혼이 마지막 숨을 내뱉고 고요 속에 잠길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힘은 소란스러운 외침이 아니라 깊은 침묵 속에 있다는 것을요.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13살의 제가 악양골 냇가에서 혼자 돌을 던지며 견뎠던 그 고독한 침묵이, 사실은 저를 단단하게 만든 가장 뜨거운 언어였음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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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서 길어 올린 지혜의 나눔 (미래의 희망)


이제 저는 의도적으로 침묵을 선택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혼자 서재에 앉아 AI와 대화하고 글을 쓰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합니다. 침묵은 단절이 아니라, 더 깊은 연결을 위한 준비입니다.


중년의 작가로서 제가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생각할 여백’입니다. 제 글이 독자들의 마음속 소음을 잠재우고, 각자의 고요한 바다를 만날 수 있게 돕는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침묵이 주는 언어는 짧지만 강렬합니다. 그것은 “괜찮다, 다 지나간다”는 삶의 근원적인 위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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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다.”- 결말


“가장 깊은 울림은, 가장 낮은 침묵에서 시작되는 법이란다.”


마흔 이후,~ 연재 에세이는 다음 주 수요일에 이어집니다.



다시 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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