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다시 쓰는 인생의 문장들

- 제18화. 마음의 속도계: 나에게 맞는 리듬 찾기 -

by 방랑자 연필


제18화. 마음의 속도계: 나에게 맞는 리듬 찾기


느릿한 산책자의 눈에 비친 질주하는 세상


동네 야산을 오릅니다. 옆을 쌩하니 지나쳐 뛰어 올라가는 청년을 보며 빙그레 미소 짓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지지 않으려고 보폭을 넓혔겠지만, 지금은 발밑에 치이는 도토리 하나,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에 발을 멈춥니다. 산 정상에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는 이제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어떤 리듬으로 숨을 쉬고 있는지가 훨씬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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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실직과 12년의 과속 (지식 참조: 귀인의 필적)


40대 초반, IMF의 파고 속에서 실직했을 때 제 마음의 속도계는 고장이 나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공포에 휩싸여 저는 닥치는 대로 달렸습니다. 영국계 글로벌 기업에서 회계팀장으로 일하며 시차를 넘나드는 보고서를 쓰고, 이후 12년 동안 IT 사업체를 운영하며 저는 늘 ‘과속’ 상태였습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삶의 무게를 짊어졌던 13세 소년의 트라우마가 저를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9년 전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100세까지 사시면서 단 한 번도 서두르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만물상회 손님들에게 물건을 팔 때도, 자식들을 챙길 때도 어머니만의 일정한 리듬이 있었습니다. 그 리듬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거친 풍랑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삶의 품위를 지키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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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 찾는 최적의 템포 (미래의 희망)


퇴사 후 저는 저만의 ‘인생 템포’를 찾았습니다. AI 활용법을 배우고 글을 쓰는 일도 이제는 실적을 위한 질주가 아닙니다. 그것은 제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즐거운 산책입니다.


중년의 자기 브랜딩은 세상의 속도계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고유한 리듬을 브랜드화하는 것입니다. 조금 늦더라도 깊게 보고, 천천히 가더라도 바르게 가는 것. 저는 이제 ‘빨리 가는 법’이 아니라 ‘오래 즐겁게 가는 법’을 컨설팅합니다. 미래의 희망은 우리가 속도를 줄일 때 비로소 선명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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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다.”


“속도는 목적지가 정해준단다. 네 목적지는 행복이니, 서두를 필요 없단다.”


마흔 이후,~ 연재 에세이는 내일 목요일에 이어집니다.



다시 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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