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위한 치열한 현장
"일찍 나오셨네요.
유천이 마켓 문을 열고 들어와 인사를 한다.
"네 어서 오세요."
상품을 진열하다 유천을 돌아보며 인사를 하고 곽 사장이
"오늘은 하실 일을 알려 줄게요.
어려운 것은 없어요.
상품에 가격이 모두 찍혀 있거든요.
손님이 상품을 가지고 오면 가격대로 돈 받고 여기 캐쉬어에 찍으면 거스름 액수가 나와요.
그러면 액수대로 거슬러 주면 돼요.
권총은 이쪽 오른쪽 서랍에 있고 몽둥이는 저쪽 기둥 옆에 있어요."
곽 사장이 태연 하게 이야기한다.
유천은 온몸에 소름 돋음을 느끼며
"권총도 필요해요?" 곽 사장을 바라보며 질문을 한다.
겁먹은 듯한 유천의 눈치를 살피며
"호신용으로 두는 거예요.
한 번도 사용해 보지는 않았는데 몽둥이는 가끔 사용해요.
그렇다고 사람을 친 적은 없어요.
도둑질하는 놈을 보았을 때 몽둥이를 들고 설치면 도망을 가거든요.
그럴 때 더 큰 소리를 지르며 따라가는 척하다 말아요.
그러면 도망갔다 몇 시간 후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뻔뻔스럽게 다시 돌아오곤 해요.
그러면 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해요.
이것이 잘 되면 일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힘들게 하는 친구들 대부분은 이 지역의 홈레스들이에요.
파킹 장에서 서성거리며 손님들에게 구걸하다 심심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들어오곤 해요.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어서 구걸을 못하게 했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해요.
그들도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 또 막아 보았자 효과도 없고….
사이만 나빠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상대하기가 꺼려지지만 친해지면 괜찮아요.
사귀어 보면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에요.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도 있고
어쩌다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도 있고.
조심해야 할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느 사회에나 같은 것 아니에요?
차라리 이 사람들보다 신경 많이 쓰이게 하는 인간들이 있어요.
동네 사는 사람들인데 자녀들까지 데리고 와서 물건을 훔쳐 가곤 해요.
그러다 들키면 거칠게 덤벼들기도 하고…."
곽 사장이 웃으며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맞더라고요.
그래서 확실한 증거를 잡을 때까지 쥐 죽은 듯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거꾸로 당하거든요."
유천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자녀와 함께 도둑질을 해요?"
곽상훈 쓴웃음을 웃으며
"네."
유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곽상훈
"나도 처음엔 이해를 못 했어요.
그러나 생각해 보면 자식들과 함께 세금 도둑질하는 부자들도 많지 않아요?
가난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먹고 떼어먹는 족속들도 있고. 그것도 자식들과 함께….
사실 사회의 속을 들여다보면 요지경 아니에요?
자식에게 세금 안 내고 재산을 상속하려 부모와 자식이 합작하여 별의별 짓 다하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며 불법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카드 빚도 남의 돈도 작정하고 떼어먹고….
생각을 좀 다르게 하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너무 손해를 많이 본다 싶으면 경찰을 부르는 척도 하고,
옛날에 무서운 깡패였다는 듯 쇼를 하기도 해요.
무섭고 잔인하고 독한 사람이라는 것이 인식되면 상대의 태도가 달라지거든요.
그러다 연극에서 실패하면 더 비참해질 수도 있어요.
연극도 상황을 보며 잘해야 해요.
인생 살이라는 것이 본래 연극인가 봐요."
유천
"연극하며 산다는 생각은 못 해 보았어요."
곽상훈이 빙그레 웃으며
"겉과 속이 똑같게 살 수가 없더라고요.
알고 보면 연극하며 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 아니에요?
어느 선까지 연극을 해야 하는지 아리송 하지만…."
유천
"연극 정도와 실력이 우리의 인격을 결정하는 것 같아요.
언제 어떻게 연극을 해야 하는지 하나님은 상의하기를 기다리시는 것이고….."
곽상훈
"신앙인과의 차이가 여기서 생기는군요.
저는 제 속에 있는 양심과 상의를 하거든요.
물론 무시할 때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해관계를 빠르게 계산하며 연극을 하다 보면 양심에서 '쇼 그만해. 너 정말이야?' 하며 민망한 마음이 들게 해요."
유천
"사장님은 양심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것이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믿어요.
신앙인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그것인 것 같아요.”
곽상훈
"그 말을 들으니 신앙생활이 쉬운 것처럼 느껴지네요."
유천이 미소 지으며
"본래 신앙은 쉬운 것인데…. 인간들이 어렵게 만들어 버린 거지요."
곽상훈
"그래요?
그 말을 들으니 질문하고 싶은 것이 생기는데 다음에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