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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Dec 12. 2022

10.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뒤통수에도 눈 하나를 더 지어놓으시지 왜 앞에만 

"네. 일은 할 만 한데 도둑놈들이 많네요."

유천이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곽상훈: 그것을 다루는 실력이 여기서 생존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거예요.

문제를 해결하려 소리 지르고 욕하다 보면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유천: 소리 지르고 욕하는 것이 효과가 있어요?


주인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네쉬며

"효과가 있지요.

그래서 쇼를 하다 '인생은 역시 연극이야' 하며 웃음이 나와요.

미친놈처럼 화내며 쇼하는 내 모습이 나를 웃게 만들고 화도 풀어주어요.


이러는 나를 바라보는 도둑놈들도 같이 웃어요.


이때 묘한 마음의 변화가 일어요.

 

내가 웃을 때까지 적당히 호응해 주며 기다려 주는 도둑놈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거예요.  

착하게 보이면 깔보고 함부로 대하니까 하는 연극이고,  무서운 독종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려는 연극을 그들도 다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관람객이 기꺼이 되어 주는 거예요.  

도둑질 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연극을 감상하는가 봐요.   

그리고 재미도 있지 않아요? 

결국 웃음으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웃음으로 연극을 마쳐요.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지요.


그러지 않으면 어쩌겠어요?

서로 상황을 모면해야 하니까 웃음으로 상황을 정상으로 돌리는 거지요.  


이렇게 하고 나면 당분간 평화를 유지해요.  

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고 표현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했으니 휴식이 필요 해진 거지요.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필요를 채우려 그들은 도둑질하고 난 연극하고 그리고 서로 웃음으로 사건을 종결하곤 해요."

  

유천은 연극할 것을 다짐하고 케쉬어 앞에 섰다.

아직 좋은 손님들만 들어오고 나간다. 

 

10시가 되었다.  

손님들이 떼 지어 들어온다. 

유천은 잠시 눈을 감고 

"오늘은 독해져야지" 다짐을 한다  


하지만 연극을 하려 해도 입과 몸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대신 도둑놈을 원정까지 오게 하는 바보 같은 말을 하고 또 하다 천장을 바라보며 푸념을 한다.

"정직하게 순수하게 진실하게 대하는 인격이 이렇게 처참하게 바보 취급을 받아야 하나?

눈을 뜨고 있는데도 코를 베어가는 세상이라 더니…..

하나님은 이때 뭘 하고 계실까?"


유천은 새벽 일터로 나가며 싸늘하게 보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부른다.

"낮아진 자세로 섬기며 진실하게 사랑하면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셔서 더 잘 되어야 할 텐데 거꾸로 멍청이가 됩니다. 온유 한 자는 복 있다 하시는 말씀이 진정으로 맞는 건가요?"


가게 문을 열고 청소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였다. 폭풍 전야처럼 고요하다.

"곧 전쟁이 시작되겠지….."


권총을 만지며 침묵하시는 하나님이 야속하다.

2시간 남짓 지났을까 낯선 손님들이 들어온다.

며칠 동안의 일을 통해 유익을 줄 손님이 아님을 직감으로 느낀다.


이웃 동네에서 온 원정 팀이 분명하다.

유천은 반복되는 억울함에 전략을 바꾸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생존을 위해 자연스레 몸과 머리가 함께 상황을 읽고 반응하는 존재인가 보다.

손님이 요구하면 고개를 끄떡여 대답을 하곤 뒤에 들어온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고만 있다.

친절보다는 차갑고 예리한 눈으로 감시하면서….


적들이 작전을 포기하였다고 판단이 될 때 비로소 돌아서 손님의 요구를 위해 일을 한다.  


하나님께 불평이 절로 나온다.    

"뒤통수에도 눈 하나 더 만들어 놓으시지 왜 한쪽에만 있게 했어요?"      

 

그러다 잽싸게 돌아서 손님들 감시를 하고 다시 돌아서 필요한 물건을 찾다 잽싸게 돌아서기를 하고 또 한다.

도둑질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작전이다.

하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의 술레를 혼자만 하는 것이 서럽고 외롭다. 


몇 번이나 돌아서 일하다 돌아서기를 반복했을까?

  

드디어 잠바 주머니에 상품을 재빠르게 집어넣는 사내를 보았다.

 

유천은 사내에게 걸어가 멈춰 서서 눈을 뚫어지게 응시를 한다.

가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진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호기심으로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유천은 손바닥을 펴 내밀며 차분하면서도 위엄 있는 목소리로 고요를 깬다.

"Give me."

 

낮고 엄숙한 말에 사내는 잠바 속에 숨긴 상품을 유천에게 순순이 돌려준다.

이를 받아 든 유천은

"Please Don’t do that. It is not good for you." 한다.  


모두가 이상한 세계에 온 것처럼 신기하게 바라보곤 긴장을 푼다.

 

기대보다 사건이 싱겁게 끝났다는 허탈감을 가지고 작은 소음들을 내며 모두가 정상으로 복귀를 한다.

몇 시간 지난 후 다시 소란 함이 벌어지고 다시 엄숙 해진 가운데

"please don’t do that. It is not good for you." 소리가 차분하게 들리고 다시 긴장이 풀리고 평상으로 돌아감이 반복되고 또 반복이 된다.


파킹 장에서는 사람들이  

"Please Don't do that it is not good for you."로 노래처럼 읊조리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즐거워한다.


긴장과 엄숙 함과 평화가 교차되는 하루하루가 지나 1주일이 되었다.


유천은 주인에게 너무 많은 손해를 끼치고 있음이 괴롭다.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로 갈등이 생기지만 계속 일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선다.

 

해가 서쪽 하늘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주인이 

"별일 없었지요?" 하며 들어온다.

유천은 이런 일 저런 일 의미 없는 이야기들을 하고는 무겁게 이야기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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