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콩깍지가 씌어 어리석음을 거듭하다 콩깍지를 통해 사랑하심을 알다
북 앨라배마에 살 때였다.
고향에서 온 다정한 친구와 함께 눈 덮인 겨울 스모키 마운틴을 즐기고 있었다.
성스럽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을 연발하던 친구가 산에 정이 폭 들었나 보다.
이별하기 아쉬워 스모키 마운틴을 담긴 그림을 원한다.
둘이 갤러리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서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살아 있는 듯한 그림들이 벽에 빼꼭하게 걸렸다.
우리는 그만 마음을 몽땅 빼앗겨 버렸다.
그들 중 가장 좋은 하나를 선택하려 하나하나를 훑는다.
그림 밑 한 구석에 붙어 있는 10달러 50달러 100달러 1000달러 10000달러의 각기 다른 가격과 함께 화가 이름과 카피된 숫자도 읽는다.
이러는 동안 우리 눈엔 콩깍지가 씌워져 버렸다.
마음에 드는 것은 주머니 사정이 안되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그림은 뭔가 모르게 허전하다.
보고 또 보고 입맛을 다시다 지갑을 열어 보고 다시 그림을 보는 친구가 안쓰럽다.
이런저런 빈말로 도움이 되려다 갤러리 문을 열고 나와 밖을 바라보았다.
신비하고 장엄하고 아름다운 살아 있는 작품들이 널브러져 있다.
우리 눈에 콩깍지가 쓰인 것을 알았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상태로 말하고 행동하고는 후유증을 된통 앓은 추억 하나가 떠 오른다.
아내를 처음 학원에서 만났을 때 천사를 보는 듯했다.
눈에 콩깍지가 쓰인 줄도 모르고 흠 하나 없는 현숙한 여인이라 여겼다.
눈의 콩깍지가 내 사람으로 만드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용기를 준다.
그에 힘입어 거짓말까지 동원을 했다.
원하는 것을 얻은 후 세월이 지나며 그 거짓말은 평생 나의 약점이 되었다.
잊힌 듯하다 살아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기죽곤 하던 어느 날 눈에 콩깍지를 씌우고 부부의 연을 맺게 하고선
콩깍지를 벗기며
다름과 결점을 보게 하고
설익은 사랑을 익히고
미숙한 인격을 성숙시키고
존재 가치와 행복을 풍성케 하시는 하나님의 지혜를 본 추억이 떠 오른다.
밖의 널브러진 작품들을 미소 지으며 보다 돌아와 친구에게 이야기하였다.
우리 눈에 콩깍지가 쓰여 있다고.....
돈에 따라 그림이 좋게도 보이고 시시하게 보이게 하는 콩깍지가.
둘은 콩깍지만 벗기면 볼 수 있는 널브러진 작품들을 즐기기로 하고 허탈한 웃음을 웃으며 갤러리를 나왔다.
내 이름으로 되어 있지 않아도 나를 위해 끝없이 펼쳐진 예술 작품들,
아침 점심 저녁 봄 여름 가을 겨울, 비 올 때 눈 올 때 맑을 때 안개 끼었을 때 수시로 바뀌며 드러내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작품들,
그 안에 진리를 담고 우리들에게 지혜를 알려주는 작품들을 즐기며 살기로 마음을 먹고.....
한해를 마감하며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에
또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음을 본다.
남의 눈에, 명예에, 전통과, 고정관념과, 자존심과 이런저런 주어 들은 이야기들이 모아져 쓰인 눈의 콩깍지....
허공을 바라보다 콩깍지 분석을 한다.
의와 사랑으로 쓰인 눈의 콩까지인가?
잘못된 정보와 욕심이나 이기심에서 온 콩깍지인가?
사실에 근거한 콩깍지인가?
하나님이 인도하신 콩깍지인가?
어차피 눈에 콩까지를 쓰고 사는 인생인데 좋은 콩깍지인지 못된 콩깍지인지를 가리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콩깍지를 그냥 두든지 벗든지 선택하고 그에 따라 인생을 익혀가는 것이 빛 안에서 사는 것인데.....
눈에 쓰인 콩깍지를 통해 삶을 인도하고
콩깍지를 보고 벗으며 인생을 익히도록 자유와 내 고유한 의지를 주신 사랑을 생각하며
새해 맞을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