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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Nov 24. 2022

글 쓰는 이유를 묻는 이들에게

가브리엘 오보에를 들으며 공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다

브런치 작가 입문이 힘겨워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보곤 훈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도하면 될 것을 왜 스스로 하려 하냐!  

돈도 되지 않는 일에 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느냐는 눈총,

어려운 일인데 네가? 비웃는 듯한 눈길,

취미생활로 하며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사랑인 듯 아닌 듯한 조언,

기대된다며 용기 주는 말,

힘내라는 격려 등 다양한 수다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잘난 체하려고 하는 것이지?" 하는 지적이 가슴속을 아리게 후벼 판다.


글 쓰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하는 말과 눈길에 허우적거리며 설친 잠자리를 털고 나와 동틀 녘 산책을 한다.  

오렌지 색으로 하늘을 물들이며 붉게 떠 오르는 둥근 태양이 좋은 징조처럼 느껴져 용기가 솟는다.

하지만 곧 매일 똑같이 일어나는 자연의 한 현상을 인격으로 여기고 의지하는 나를 보며 초라한 영혼이 된다.

 

잘난 체하고 싶은 마음도 보인다.

그러나 존재가치를 높이는 일이 잘 못 된 것은 아니지 않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좋은 집에서 좋은 옷 입고 잘 먹고사는 것을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고....


용기를 얻고 산책에서 돌아와 써 놓은 글을 읽으며 욕심에, 거짓에, 위선에서 온 군더더기 문장들을 지우고 고치며 나를 찾고 또 찾는다. 


내면 깊은 곳에 숨어서 나를 평생 이끌어 온 "유토피아"가 보인다. 

중학교 3학년 때 읽고 반해 버린.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것이 생존의 염려에 밀려 가슴속 깊이 숨어 버렸다. 

그리고 잠재의식 속에서 신학을 하게 하고 목회자가 되도록 이끌고 있었다.


난 "유토피아"를 천국과 복과 행복으로 정리를 했다.

선하고 아름답고 평화와 사랑의 하나님이 온전히 지배하는 천국에 있는 행복

무언가에 의해 주어지는 복으로 누리는 행복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만족한 상태인 행복


이 천국과 복과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알고 목회를 하지만 의미 없는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무속 신앙에 갇히고, 상업화된 교회에서 나의 생존의 염려까지 가세해 색 바래지게 한 진리와 밝음 잃은 빛을 느꼈다. 


은퇴 후 "유토피아"를 말하고 싶은 욕망이 브런치 작가가 되도록 떠 민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시 지를 못하겠습니다" 메일을 받고 또 받았다. 

12번 거절당한 후 작가로 입문했다는 글에 용기를 얻으며 브런치 글들과 전쟁과 평화와 부활 등등 고전을 읽고 또 읽었다.


세련된 문장과 가슴에 쏙쏙 새겨지도록 리얼하게 표현하는 글들에 주눅이 든다. 

그리고 신선한 글들을 흉내 내려다 연분홍 립스틱을 바른 내 입술이 오버랩되어 우울해지기도 했다.           


변덕이 죽 끓는 듯하는 난 밤을 지새우고 일어나 동터 오는 길 산책을 한다.

“나는 나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나, 그리고 내 멋대로 글을 쓸 거야” 라며 자신감을 얻는다.  


하나님이 나의 삶에 논리 정연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개입하심에 눈이 떠진다.

먼지처럼 작아지게 만들고 다시 평안을 주시곤 문제와 해결하는 방법까지 보게 하시는.

그리고 숨어 있는 "유토피아"가 나를 이끌어 "사명감을 이루며 행복을 얻으라" 이야기한다.


동트는 새벽길 산책을 하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시곤 영혼의 자유와 평안 가운데 내 실체를 보게 하시는 은혜가 새롭다.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는 강한 바람 안에도, 지진 가운데와 불 가운데도 계시지 않던 하나님이 세미한 음성으로 엘리야에게 말씀하시며 사명을 주심이 누구에게나 이루어지는 일임을 알고 가슴이 벌렁거린다. 

 

숨쉬기처럼 쉬운 신앙을 중력의 근원을 풀듯 어렵게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세상, 그리고 진리 안에서 누리는 행복을 소개할 꿈을 품고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으며 공감되는 행복이 양볼로 눈물 되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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