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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Nov 13. 2022

못된 뻐꾸기를 미워하다 행복의 길을

못된 뻐꾸기를 미워하다 행복의 길을 보다

뻐꾸기는 암컷이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수컷은 뱁새, 개개비, 붉은 머리 오목눈이들의 둥지를 기웃거린다.  

다른 새 둥지를 훔쳐보고 있던 수컷은 알을 품는 어미 새가 잠시 둥지를 비우면 

재빨리 암컷 뻐꾸기를 불러 자신의 알 하나를 낳게 한다. 


다른 새 알 하나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 떨쳐버리고.


황당한 일이 벌어진 줄 모르는 불쌍한 새는 따뜻한 체온으로 정성껏 알을 품는다. 

이미 엄마 배 속에서 부화가 진행된 뻐꾸기 알은 다른 새 알보다 먼저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온다. 

그리고 부화되지 않은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 내버리고 다른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실컷 먹고 자란다.


공의의 하나님, 질서의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을 믿고 있는 나에게 질문이 인다. 


이렇게 못된 방법으로 살아가는 뻐꾸기를 왜 지으셨을까? 

어쩌다 한번 하는 것도 아니고 본래 악한 성품으로 대를 이으며 살아가는 뻐꾸기를.


배속에서 부화까지 되게 하면서.


한 생각이 떠 오른다.


세상에 뻐꾸기처럼 못되게 살지 않는 존재들이 어디 있을까!? 

먹이 되는 생명체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먹고사는 것들과 

뻐꾸기의 못된 삶이 무엇이 다를까!?

뻐꾸기에게 억울하게 당하는 새들과 인간들의 양식이 되며 죽어야 하는 존재들이 무엇이 다를까!? 


한편에서는 만족하고 한편에서는 고통 속에서 희생당하는 생명의 고리로 연결된 자연.

그래서 빼앗기지 않으려, 빼앗으려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것이 생명을 가진 것들의 일상이고, 

하나님이 만드신 생명의 고리인 질서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뻐꾸기일 뿐인데.


생각이 변하여 부끄럼이 인다.

 

뻐꾸기는 정직하게 그 짓을 하는데 나는 거룩한 척, 정직 한 척 연극까지 하지 않는가?


생각 짧음을 모르고 교만하게 하나님을 의심하고 뻐꾸기를 미워하였다. 

어설픈 앎을 가지고 이기적인 계산을 하며 이 사람은 어쩌고 저 사람은 저쩌고 판단하고 정죄하고 미워하면서.  


생각 하나가 더 떠 오른다.

 

난 뻐꾸기처럼 살 수도 있고, 

뻐꾸기보다 더한 욕심을 부리며 살 수도 있다. 

더 빼앗아 더 가지고 더 쌓아 놓으며. 


속고 이용당하며 빼앗긴 것을 분해하며 불평 속에 살 수도 있다. 

뻐꾸기에 당하는 멍청한 새들처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살다 무의미하게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이익과 행복보다는 희생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 수도 있다.


누군가 이야기한다.

 

사람이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그 사람의 정직함과 성실함과 부지런함에 달려 있다고.

 얼핏 들으면 진리인 듯하지만 세상에는 열심히 일하여도 가난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사회 구조가 잘못되고, 

어리석게 매이지 않아야 될 것에 매이고 섬기지 말아야 될 것을 섬겨서. 


그래서 행복을 위해 수고하지만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 

바보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아파하며 사는 사람들. 


이들을 사랑의 품으로 진리 안으로 인도하며 사는 삶, 

그래서 잠시의 고통보다 존재가치를 높이며 행복해지는 것이 은혜가 아닐까? 

이 은혜가 동력이 되어 사는 삶이 쉬워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나를 아프게 하는 이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을 수만 있어도. 


생각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상황을 바로 알아 때로는 이해하며, 


때로는 모른 척, 

때로는 훈계하며,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가르치며, 

때로는 모범을 보이며, 

때로는 기다리며, 

때로는 용기 주며 살아도. 


이렇게 살려고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입니까?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를 구하며 살아도.


못된 뻐꾸기를 통하여 진리를 깨우치고 나를 보게 하시며 행복의 길로 인도하시는 신비한 비밀을 품고 난 하늘을 바라보며 웃는다. 


지으신 모든 피조물들을 사랑의 음성이 되게 하시며 

나를 설득하시고 인도해 주시는 사랑이 영혼 깊이에서 느껴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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