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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Feb 04. 2023

은총 가득한 내 정원

자연과 가족과 하나님이 하나 되는 행복을  가슴에 품고

소유의 개념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때 내 정원의 밤은 은총으로 가득하였다. 머리를 상하 좌우로 돌려도 여전히 부분만 보이는 드넓은 궁창에 가득한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 그 중앙을 유유히 흐르는 우유 빛 은하수, 하얀 꼬리를 만들며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는 별똥별, 여기저기 반짝 거리며 호기심을 지어내는 반딧불, 모두가 어우러져 내는 은은한 빛 아래 우리 가족은 마당에 멍석을 펴고 둘러앉아 알콩달콩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다.


이럴 때면 으레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며 할머니께 시비를 건다.  

나에게 한편이 되어 달라는 듯 눈짓을 하시며.....  

  

"넌 사단과 소곤거려 욥의 자녀들과 재산 그리고 건강까지 잃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하실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것은 그렇다 치자. 그러나 잃은 자식들 대신 아들들을 주시니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욥의 이야기를 읽으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와!  


감정도 추억도 생명의 존엄도 느끼지 못하는 욥이라면 몰라도.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죽은 자녀들을 살려 줘야지,

새로운 자녀들을 주면 어떻게 해,

자식을 잃어버린 상처는 어떡하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든지 말든지 하지.

억울한 일들이 세상에 널브러졌는데 침묵으로 일관하는 하나님을 너는 이해할 수 있니?  

바보가 태어나는 것도 그렇고...."


심술 가득한 미소를 띠고 할아버지는

"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시곤 곁눈질로 할머니를 보시다 나를 향해 눈을 찡긋 하신다.


이때 논리로 응수할 수 없는 할머니는 카리스마 있는 톤으로

"피조물인 인간이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다 알아요!

교만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예요" 하신다.

 

예상치 못한 역공에 할아버지는 멀뚱해져

"예수쟁이들과 말다툼은 당 할 수가 없어." 하시곤 멋쩍게 입맛을 다신다.


영문을 몰라 눈치 보던 가족은 희미하게 비추는 별빛에서 눈 맞춤으로 사랑싸움을 확인하며 평화를 누린다.


난 그때 고개를 제치고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보며 질문을 했다.

"저 별들은 할아버지 물음의 답을 알고 있을까?"


은총 가득한 정원을 떠난 후 난 따라잡기 힘겹게 발전하는 문명과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생존의 버거움을 맛보며 외로움으로 별들에게 하소연했다.


왜 세상에 아픈 이별을 만들어 놓았는지,

빈부 격차를 두어 억울함을 맛보게 하는지,

거짓과 간사와 불의를 세상에 두셨는지,

무지하고 이기적인 거짓말들이 진실처럼 돌아다녀 불신과 혼돈된 세상이 되게 하는지,

사랑하는 이가 아파할 때 무능함을 처절하게 맛보며 지켜보기만 하게 하는지,

스스로 질투하시는 하나님이라 말씀하시는 것은 또 무엇이고....


하지만 문명에 쫓겨나고 남은 몇몇 별들이 싸늘하게 반짝이며 비 웃는 듯했다.

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밤의 정원 아래 모인 가족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에 떨었다.


그리고 아브락사스(선과 악을 함께 가지고 있는 신)를 떠 올리며 영혼의 갈증을 느끼곤 했다.  


이러던 나에게 한날 정직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가 별을 바라보는 가슴에 반짝하며 떠 올랐다.


자연과 예술과 진리와 역사 속에 음성을 숨겨 놓고 찾는 이들에게 질문에 답하시며 인도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환경에 따라 갈대처럼 변하는 내 감정과 생각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보고 관리하며

정직하게 모두와 소통하며 신뢰를 쌓고 진리에 접근하며 인간관계를 하나 되게 하며,

자연과 아름다움을 즐기고 그 안에 있는 지혜를 보며,

공기와 음식과 하나 되고 배설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역사와 전설 속에 숨겨져 있는 진리와 공감의 폭을 크게 하시며 인도하시는 사랑을 알았다.


결국 하나에서 분리되어 홀로 살지만 하나님과 호흡하며 자연과 인간과 문명과 예술과 사회와 관계를 아름답게 만들며 존재가치를 높이다 다시 온전히 하나 되는 존재인 나를 보았다.


이를 위해 사단과 속삭이며 욥에게 주신 것 같은 갈등과 다툼과 아픔을 주시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아픔을 통해 성숙하여 은총 가득한 정원을 누리게 하는 사랑을 알고 바라보는 별이 눈물을 글썽이 듯 반짝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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