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기도의 응답일까?

by 지준호

"목사님 기도의 응답은 아닐 거예요. 응답될 거라고 믿지도 않고 체면치레로 했는데… 할머니의 기도에 응답해 주신 것 같아요."

유천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목사님이 빈말로야 했겠어? 그리고 남의 진심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죄라고 생각해.


여하튼 난 홀로 죽음에 이른 무서운 고독 함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품을 느끼는 신비한 기쁨을 경험하게 되었어. 그때부터 난 홀로가 아닌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내게 빛을 비추신 분이 하나님이라 믿어지고 그분에게 사랑받음이 느껴지게 되었어."

할머니가 차분이 말씀을 하신다.


유천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것이네요."


할머니가 웃으며

"몰라. 새로운 생명인지 아닌지는.... 그러나 이때부터 밤하늘의 달과 별들, 들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얻는 벌 나비, 하늘을 날며 지저귀는 새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아름답게 보이고…. 모두가 하나님이 나에게 준 친구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것들이 나의 마음을 아는 것 같고, 그들과 대화가 되는 것 같았어.


이 후로 열심히 주일 예배 수요예배 새벽 예배를 빠짐없이 참석을 했어. 집에 찾아오는 행상들과 거지들을 빈손으로 보내지도 않았고. 그들이 천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교회를 다니는데도 난 다른 사람들처럼 기도는 안 되는 거야.


남들처럼 좔좔좔 끝없이 기도하고 싶은데….. 기도를 하려고 엎드리면 눈물만 나는 거야. 구할 것은 생각도 안 나고."


유천이 답답한 듯

"왜 할 말이 생각이 안 나? 아들 달라는 소원이 있었으면서."


할머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몰라. 왜 그러한 생각들이 떠 오르지 않았는지. 그냥 모든 것이 만족하다고 만 여겨지는 거야. 그리고 기도하려 엎드리면 주체할 수 없는 눈물만 났어. 한 인간으로, 여자로 살아오며 겪은 서러운 일들, 힘겨웠던 일들, 외로웠던 순간들, 이러한 것들이 울음으로 터져 나온 것인지, 감추어졌던 깊은 속내를 모두 이야기할 수 있어서 그랬는지, 사랑을 느껴서 그랬는지. 나를 온전히 아는 분 앞에 있어서 그런 것이었는지.


분명한 것은 내 마음 모두가 하나님께 전달된다고 느껴지는 것만으로 만족이 되었어. 사실 하나님이 나를 온전히 아는데 무슨 구할 말이 있겠니?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모든 것을 완전히 아시고, 무엇이든 하실 수 있는 분이 날 이미 다 알고 사랑하고 있는데. 나의 필요한 것을 다 알고 있고."


유천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그러면 웃음이 나와야지 왜 울음이 나와요?"


"웃음과 울음은 같은 가 봐. 그래서 좋아도 슬퍼도 눈물이 나는 거 아닐까?

그러니 눈물이 나는데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느낌이 들지.

평안한 마음이 들고. 두려움과 외로움은 하나도 없고, 자신감이 넘치는 거야.


그때부턴 남들 기도 잘하는 것, 땅 사들이는 것, 아들 딸 잘 낳는 것 부럽지 않았어, 그러니

그냥 열심히 즐겁게 교회를 다닐 수 있었던 거야.


할아버지가 교회를 다니지 못하게 구박을 해도 주눅 들지도 않았고. 그러니 주일날 사람들을 사서 타작을 해도 난 교회를 갈 수가 있었어.


생각해 보면 그때 할아버지는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10명이 넘는 일꾼들에게 새참과 점심을 해 먹여야 하는데 안 주인이 없으니. 믿음의 결과였는지 뜨거운 감정의 결과였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려."


할머니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점점 세월이 흐르며 교회에서 찬송을 뜨겁게 부르고 기도를 하다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방언, 예언, 입신 같은 은사 체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야.


그러니 나도 그들처럼 뜨거운 기도를 하고 은사 체험도 하고 싶어 지는 거 있지. 신비한 경험을 하면 믿음이 더 좋아지고 행복할 것 같고.


난 온전한 믿음을 위하여 은사를 달라고 열심히 기도를 했어. 찬송도 뜨겁게 부르고 큰 소리로 힘껏 부르짖으며.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를 않는 거야. 기도도 좔좔좔 할 수 있게 되지도 않고. 평안해지던 마음이 사라져 버리고.


그러니 하나님이 날 사랑하지 않나 걱정이 또 되는 거 있지.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죽다 살아나며 경험한 신비한 빛도 우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무엇에 되게 채 했다 내려간 것이라 여겨지기도 하고."


할머니는 큰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며

"사람 마음이란 살랑거리는 연한 깃털 같다는 걸 한참 후에야 알았어.

그땐 그것을 모르고 목사님에게 물었어. 다른 사람들은 다 경험하는 신비한 은사를 왜 나는 체험할 수 없는지."


유천이

"목사님이 무어라 대답을 했어요?"


"'잘잘한 나무 가지들은 솔솔 부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큰 나무의 원 기둥은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말씀을 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 고. 이 말 한마디에 마음이 편안 해지더라. 내 믿음이 큰 기둥 같다고 인정받으니 하나님께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는지."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 할머니를 보며 유천이

"자존 감을 세워주는 말이라 효과가 있었을 거예요."


할머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런데 걱정스러운 마음은 사라졌는데 그런 것 구하고 신비한 은사를 즐기는 사람들을 깔보는 마음이 생기는 거 있지."


"교만한 사람으로 둔갑이 됐네요."

유천이 얼른 대답을 한다.


"말 한마디에 마음이 요동치는 연약한 형편없는 존재였던 것이지. 이 일 후 난 그냥 겸손하고 정직하게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살려고 마음먹었어.


사실 욕심으로 구하지 않으면 구할 것이 없더라고. 그래서 그때부터 내 진심과 처지를 하나님이 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양심을 통하여 주시는 말씀을 듣고 순종하며 살려고 했어."


유천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구하는 것이 없는데 신앙생활하는 맛이 있어요?"


할머니가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있더라. 이때부터 잃은 아들들 대신 너희들을 하나님이 주셨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거야. 아들에 대한 미련과 아픔도 많이 사라지고. 나에게 주어진 모든 환경과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며 감사와 즐거움이 다시 솟는 거야."


유천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해가 되지 않아요. 어떻게 손자를 아들처럼 느껴요?"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신앙을 통해 변화하는 마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을 거야. 그래서 너희 할아버지가 아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를 못했던 가 봐. 그리고 양 아들 들일 작정을 하였지. 그놈의 양아들이 무슨 소용이 있길래.


죽으면 사위가 장사 지내면 되고, 죽은 다음에 뭘 알겠어! 누가 장사 지내는 것이 무엇이 중요해. 쓸데없이 재산만 엉뚱한 사람에게 주는 거지.”


옆에서 잠자던 할아버지가 돌아누우며 구시렁거린다.

"잠이나 자지, 쓸데없는 소리는 애들에게 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