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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Nov 18. 2022

멋진 권위 아래서

기도를 훼방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7살 된 손녀가 4살 된 동생을 가르치며 훈계를 한다. 

권위가 개입된 목소리는 그 위엄이 심상치 않다. 

누나의 지도에 고분고분 따르는 손자를 보며 질서가 주는 권위에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았는데 펼쳐지던 아름다운 광경은 간 곳 없고 동생과 누나가 치고받으며 울고불고 싸움을 한다. 


동생이 남용되는 권위에 순종하다 폭발을 하였나 보다.  


내가 살아온 삶이 보인다. 

먼저 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권위로 가족에게 내 생각을 주입하고 

내 뜻에 따르게 하는 것을 사명처럼 여겼다. 

내 삶의 철학과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다는 확신과 함께 정의와 사랑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될 때 폭력까지 사용하며 따르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하는 가족과 소통이 어려워지다 결국 소외됨을 맛보았다. 

사랑은 미움과 갈등 속에 숨어버리고, 난 ‘부인과 자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이란 세상에서 떠도는 말로 위로를 하였다.


외로움을 느끼며 살던 어느 한 날 세상에서 멋진 권위를 보았다. 

하나님이 세상에 죄인의 모습으로 오시어, 내 죄를 대신해 죽으시고  

우리 마음에 오셔서,  

모든 감정과 생각을 털어놓을 때 치료해 주시고, 용기도 주시고, 

고요해 지시기를 기다리신 후, 

미처 알지 못했던 진리를 깨닫게 하시고,  

잘 못 된 것을 일깨우시고, 

상황을 이해하게 하시며,


강요나 협박을 눈곱만큼도 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설득을 하시는 멋진 권위를. 


이를 모를 때 난 하나님이 가진 능력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구하는 것이 기도인 줄 알았다. 


하나님은 어리석음을 바로 잡으려 기도할 때 질문이 떠 오르게 하시며 기도를 훼방하신다. 

‘부르짖는 기도를 정말 다 응답해 주실까? 

그렇다면 세상에는 불의도 고통도 억울함도 없이 천국이 이미 되어 있어야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게 하시며.  


난 하나님이 살아계시는 증표를 구하는 것 이외는 기도 할 거리가 없어져 버렸다. 

결국 감정을 뜨겁게 하여 신비한 체험을 하려 하지만 하나님은 침묵으로 일관하신다. 


난 신앙에 대한 회의를 품고 방황과 목마름의 오랜 시간을 보내어야만 했다. 

마음을 열고 진리를 깨닫기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줄도 모르고.


멋진 권위로 나를 대하심에 눈 뜬 후 어리석었던 신앙생활과 삶이 보인다. 

기도는 일방적인 구함이 아니고 인격적인 대화인 것에 눈이 떠진다. 

멋진 권위의 사랑 안에 거하려면 정직이 최선인 것과 함께. 


먼저 된 자와 나중 된 자가 함께 진리를 나누고 감정과 지식과 꿈을 나누어야 할 가정이 보인다.


먼저 된 자는 권위에서 오는 힘을 포기하고 귀 기울여 듣고 또 듣고 들으며 이해하고 적절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이 나중 된 자는 치료되고 용기를 얻고, 지혜의 능력이 커지고 아름다운 인격으로 성숙되게 하는 곳.

그리고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를 발견하고 발전시켜 마음껏 발휘하며 존재가치를 높이게 하는 곳.

나중 된 자는 정직하게 질문하고 고백하고 베풀어진 은혜를 헤아리며 사랑을 크게 하는 곳.


 개인주의가 대세가 되고,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갈등 많은 사회와 교회의 권위가 시시해지는 시대에 친구가, 목자가, 상담자가 생명의 양식이 되시는 멋진 권위 아래서 사는 신앙생활이 더욱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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