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유천은 역사 시험 범위 안에 있는 사건들의 내용과 이름 지명 연도 날짜까지 밤새워 암기하여 8절지의 답안지에 빽빽하게 적었다.
A+ 가 될 것이 확신이 된다.
한 주 후 한 명 한 명 호명할 때 자신의 이름을 듣고 교수 앞으로 나가는 순간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미소를 지으며 채점한 시험지를 건네주는 교수와 눈 맞춤하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할까!"
스스로 날라리 신학생이라 여기고 늘 주눅 들어 살던 유천은 자존 감 세우는 순간을 그리며 답안지를 교수에게 제출하고 어깨를 펴고 교실을 나온다.
한 주가 평상시보다 더디게 지나고 잠까지 설친 밤도 지나고 기다리던 역사 시간이 왔다.
교수가 채점한 시험지를 들고 몇 명의 이름을 부르고 "유천" 이름을 부른다.
유천은 들뜬 마음으로 교수 앞으로 나간다.
A+가 빨간 색연필로 기록된 시험지를 확인하고 교수와 눈 맞춤할 기대를 하고 시험지를 받았다.
순간 유천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띠-잉 하다 어지러움을 느낀다. 눈을 감았다 비벼 뜨곤 시험지에 쓰인 빨간 글씨를 다시 확인을 한다.
여전히 F다.
따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이는 입을 힘겹게 절제하고 시험지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몸이 떨린다.
무슨 강의를 하는지 들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
"어쩐 일일까?"
분하고 억울하여 수업시간이 온종일인 듯하다.
"무슨 착오가 있었겠지. 세상에는 오류가 항상 있으니…. "
스스로를 위로하며 강의 시간 끝나기를 힘겹게 기다린다.
드디어 수업이 끝났다.
유천은 사무실로 돌아가는 교수를 따라나선다.
교수가 사무실 책상에 앉자마자 시험지를 내놓으며
"시험 점수가 이해가 안 돼요."
떨리는 입을 진정시키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한다.
홍 교수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유천을 바라보며
"F 가 맞아요." 쌀쌀맞게 반응을 한다.
"F를 이해할 수 없어요."
유천의 반응에 교수는 퉁명스럽게
"왜 베껴 썼어요?" 한다.
유천은 비로소 A가 F 된 이유를 알았다.
어이없어 헛웃음을 웃으며
"베껴 쓰지 않았어요. 밤새도록 외워 쓴 거예요." 억울해 커진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교수는 답답하고 어이없는 얼굴로
"책에 다 있는 것을 왜 밤새워 암기를 해요! 며칠 지나면 다 잊어버릴 걸….. "
이 소리를 듣고 유천은 교수의 눈빛에서
"사건 암기를 많이 하여 머리 좋다는 것을 과시하려고?
성적을 좋게 하여 당신 몸값 높이는 데 사용하려고?
그래서 돈과 권력과 명예를 한꺼번에 얻는 대형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되려고?" 라며 징그러워하는 눈빛을 느낀다.
할 말을 잃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유천은
"그러면 암기하지 않고 어떻게, 무엇을 써야 합니까?"
강한 톤으로 항의성 질문을 한다.
교수는 한숨을 푹 쉬고는 차분하게 설명을 한다.
"모든 역사의 사건 속에는 진리가 숨어 있어요.
역사의 사건들에 숨어 있는 진리를 깨닫고 깨달은 진리를 현재의 삶에 적용하여 풍성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역사 공부의 목적이에요.
난 모든 사건들 속에서 진리를 찾아내는 훈련을 시키려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이고….
그리고 다르게 이해한 진리를 이 반에 있는 모두가 나누며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고.
그래야 새롭게 펼쳐지는 환경에 그 진리를 대입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삶에서 성경에서 모든 역사에서 이 진리를 볼 줄 알아야 빛 안에 사는 신앙인이 되는 것이고,
이러한 신앙인이 된 목사가 성도들에게 설교도 상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그래서 기록된 사건을 읽으며 깨달은 진리를 시험지 빈 공간에 채우기를 원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사건만 암기하여 책에 있는 것을 그대로 베껴 쓰기만 했지 사건 속에 있는 진리는 찾을 줄을 몰아요.
그러니 당연히 F를 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