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은 입학 수속을 마치고 첫 강의를 듣는다.
수염을 기른 교수가 학교 소개를 한다.
"이곳은 학문을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에서 가르친 것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하나님이 없다고 이야기해도 되고, 교수의 주장에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의 질문과 생각을 마음껏 나누며 서로가 다름을 존중해 주며 논리에 맞는 곳으로 따라가며 함께 진리를 찾아가는 곳입니다."
유천은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듯하다.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답을 얻기 위해 학교를 왔고,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 왔는데…… 하나님 없다고 해도 괜찮다고? 그것도 신학교에서!?……"
유천은 혼돈에 빠진다.
유천의 마음을 아는 듯 교수가 말을 잇는다.
"아마도 이야기를 들으며 질문하고 싶은 것이 많을 거예요.
그러나 강의를 먼저 듣고 당신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서로 논리적으로 공감되는 곳을 향하여 대화를 진전시키는 거예요.
교수 주장이 이치에 맞으면 당신들은 교수의 주장을 따르고, 당신들 주장이 맞으면 교수가 당신들을 따르고 하나님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이 맞으면 그 말에 따르고, 하나님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이 맞으면 그 말에 따르고, 그러다 보면 점점 진리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공감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고..... 서로 다름을 확인하며 이해와 지식의 폭을 넓히게도 될 것이고....."
유천은 쌓였던 체증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 하늘을 마음껏 날아갈 듯 흥분되어 질문을 한다.
"논리와 공감을 토대로 내가 믿고 확신하는 것을 정립해 나가면 되는 건가요?
그러며 진리의 하나님을 만나는 건가요?"
"그것을 위해 이 학교는 존재하는 거예요."
교수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을 한다.
유천이 의심 어린 눈으로
"그러다 미완성품인 인간들이 하나님을 오해한 공감으로 엉뚱한 길로 가버리면 어떻게 해요?"
"그럴 수는 없을 거예요. 정직한 사람들이 논리와 공감을 따라가면 진리에 접근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물론 엉뚱한 길로 가는 듯한 경우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정직하게 논리와 공감에 따라가고 또 가다 보면 결국은 하나 되어 웃을 수 있는 자리에 이를 거라는 전제 하에 이 학교는 존재합니다."
교수가 자신에 찬 어조로 반응을 한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되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논리도 확실치 않고, 인간은 미완성이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유천이 반응을 한다.
교수가
"맞아요. 그러나 다른 부분은 서로 생각의 폭을 넓히게 되지요. 그리고 미제로 남기고 논리적으로 공감될 때까지 연구해 나가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공감될 때를 만날 거라 믿어요.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지요."
유천은 하루하루의 학교 생활이 즐겁다. 영혼이 살아있는 즐거움, 표현할 수 있다는 즐거움, 남의 주장을 읽고 듣고 공감하며 지식의 폭을 넓히며 성숙하는 행복이 크다.
한 학기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중간시험 시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