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기 전 뭐라 기도를 할까?

by 지준호

주눅 들어 이 눈치 저 눈치 보는 신학교의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

질문의 답을 찾으랴, 논리 없는 듯 한 학문을 따라가랴, 가면 쓰고 분위기에 맞추랴,

눈치 보고 하는 수고들이 흐르는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가 보다.


입학 예배를 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간시험기간이 되었다.


시험지를 받기 전 모두가 통성으로 기도를 한다.


요란한 기도 소리 가운데 유천은 눈을 감고 갈등을 한다.

"시험 보기 전 왜 기도를 하는 것일까?

아는 문제 나오게 해 달라고 하려니 얌체 같다는 생각이 들고, 시험 잘 보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고, 실력대로 보겠다고 하려니 점수는 잘 받고 싶은 욕심에 갈등이 되는데."


눈을 감고 기도 할 말을 찾느라 고민하는데 갑자기 고요해진다.

유천은 실눈을 살짝 뜨고 주위를 살핀다.


정 교수가 시험지를 나누어 준다.


시험지를 받아 든 유천은 문제를 훑으며 가슴이 답답하다.

최선을 다 하겠다 마음을 다 잡고 문제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는데 확실한 답을 쓸만한 문제가 소수다.

머릿속이 텅 비어 있는 듯 멍하다.


빈 머리를 채우려는 지 수많은 생각들이 들어왔다 새로운 생각에 밀려 나가기를 반복을 한다.

"학교를 그만둘까? 그러면 대책이 있나? 목사가 될 감이 아닌 것 같은데...."


빈 시험지를 앞에 놓고 들락 거리는 생각들과 다투고 있는데 뒤에 있는 기철 전도사가 옆구리를 쿡 찌른다.

생존 본능에 따라 고개를 들고 시험 감독 교수가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살핀다.

감독은 관심이 없는 듯 무언가를 열심히 읽고 있는 듯하다.


안전하다 느껴지지만 얼굴은 시험지를 향하고 눈 알은 감독 교수의 동태를 살피며

팔만 뒤로 돌려 기철 전도사가 건네는 쪽지를 받았다.


감독의 동태를 다시 살피니 아직도 그대로이다.

쪽지에 적혀 있는 글씨는 시험지의 답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는 화끈거린다.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쪽지를 주는 것은 사랑일까 죄를 교사하는 것일까?"


유천은 초라해지는 알량한 자존심을 무시하고 시험지 빈 공간에 답을 채운다.

몸은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하고 뒷 머리는 뜨겁고 얼굴은 화끈 거린다.


욕구를 충족시키고 감독의 동태와 주위를 또 살핀다.

"open" 시험이라 말한 적이 있었던가? 기억도 없고, open시험을 볼 문제도 아니고.

시험지만 보고 있을 줄 알았던 친구들이 바쁘다. 옆 사람들과 답을 주고받는 이들, 책을 열어 책장을 넘기는 이들. 혼돈스럽다 상심이 되다 위로를 받다 초라해지다 질문이 인다.


"시험 보기 전 저들은 무어라 기도 했을까? 기도는 과연 무얼까? 교수가 시험 감독하지 않는 것이 은혜를 베푸는 것일까? 직무 유기하는 것일까?"


무의미한 시험이라는 생각이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의 얼굴을 보려니 민망하다.

그러나 실내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상이 되었다.


유천은 생소한 상황을 새김질하는데 기운이 소진되어 피곤을 느낀다.

"연극을 잘하는 것일까? 은혜가 뻔뻔스럽게 만든 것일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음만 전하면 되는 일념이 법 따위는 무시해도 괜찮다고 허용한 것일까? 은혜가 충만 한 곳에 일어나는 당연함일까?


시험 점수가 내 인생에 무얼까? 암기가 신앙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것일까? 의미를 이해도 못한 상태로.... 암기만 하면 잘 볼 수 있는 시험은 왜 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