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형상을 닮게 인간을 지으신 의미를 질문하며 얻는 행복
어릴 적 하나님은 눈도 있고 코도 있고 입도 있는 분이라 생각을 했다. 자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지으셨다는 말씀 읽고서. 하지만 "형상 있는 하나님이 왜 보여주지 않을까? 한 번만 보면 방황 없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데" 하며 아리송해했다.
머리가 커지며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인간을 지으셨다"라고 해석을 바꾸었다. 그런데 내 안의 한 생각이 "동물들도 인간 못지않은 사랑을 하는데 무슨 소리야!" 하고는 "하나님은 질투도, 미움도, 화까지 내시는 분"인데 하며 아리송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인격을 닮게 지으신 인간"이라 고치려니 "인간이 하나님의 인격을?" 하며 어이없어 머리를 하늘을 향하고 웃는 듯하다. 그러면 "영적인 형상을 닮았다는 뜻일까?" 이해하려 해도 시원하게 동의하지를 않는다.
아리송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내던 어느 날 무릎을 탁 쳤다. 하나님이 스스로를 "우리"라고 하신 뜻이 이해가 되며. 아버지 하나님, 아들 하나님, 성령 하나님, 빛이신 하나님, 진리이신 하나님, 신랑이신 하나님, 친구이신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 공의의 하나님, 질서의 하나님 등등. 한분이신데 우리이신 하나님.
우리 하나님을 닮게 지음 받은 나를 알곤 눈이 밝아지는 듯하다. 아들로, 아빠로, 남편으로, 목사로, 피조물로, 친구로, 손님으로, 서비스 맨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사물과 상황을 보아야 하는 눈. 때와 장소에 따라 어느 눈높이에서 보고 처신을 할까? 그에 따라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해야 하는데 이기심과 욕심에서 온 편견과 얄팍한 지식에 매여 싸우고 화내고 좋아하며 살아온 내가 보인다.
그래서 하나님이 빛으로 내 안에 머무시는가 보다. 난 시시때때로 나를 지휘하는 감정과 생각들의 뿌리를 이 빛에 비추어 본다. 마음이 바르게 정돈이 된다. 그다음 생각하고 분별하여 선택하고 결정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며 삶을 작품으로 만드는 예술가로 지음 받았음을 알았다. 하늘과 구름, 산과 들과 강과 바다, 동물들과 각가지 생물들을 다양한 형상으로 창조하시고 진화하게 하시며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되게 하셨 듯.
난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어려운 문제는 어려운 문제대로, 속상한 문제는 속상한 문제 대로, 쉽고 좋은 문제는 그런대로 아름다운 작품이 되게 하는 재료로 삼으며. 굴곡이 심하면 심할수록 기암절벽에 자라는 소나무나 야생화처럼 더욱 귀한 작품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작고 시시한 일들 하나하나와 순간순간도 귀하게 여겨진다. 새벽녘 잠들었던 침구의 정돈을 시작으로, 리빙룸, 화장 실 청소를 하고 밖으로 나가 동트는 가운데 펼쳐지는 아름 다운 예술 작품을 즐긴다. 걷고 또 걸으며 땀을 뻘뻘 흘리다 두리번거리며. 그리고 샤워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하얀 캔버스를 준비하듯 몸과 마음을 맑고 순수하게 정돈하고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리고 읽고 듣고 익힌 지식을 일에 적용하며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되게 해야지. 선과 악, 사랑과 미움과 질투, 물질과 정신, 생물과 무생물, 햇빛과 공기와 흙과 바위, 빨주노초파남보, 도래미파 솔라시도를 잘 어우러지게 하면서. 어리석었고, 죄 속에 있었고, 얄팍한 생각 속에 있었던 과거의 경험까지 작품의 재료로 삼고.
작품을 향한 기대가 은혜가 되어 가슴이 뜨겁다. 하지만 얄팍한 지식과 이기적인 계산이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무시하거나 설득하거나 속이려 할 때도 있겠지. 알아차리면 얼른 연약함을 무릎 꿇고 고백해야지. 그리고 하나님의 인격과 사랑과 예술 성품을 닮은 모습이 되어 삶을 아름다운 작품이 되게 해야지.
서로 바라만 봐도 진실이 통하는 친구가 하나 둘 늘어 가겠지. 은혜를 나누는 친구도 나타날 거고. 그리고 정직하게 소통하고 합력하여 작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받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