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리면 아려지는 선배가 있다
어쩌다 학생회장이 되어 불의를 보고는 대모꾼 중에 주동자가 된 선배.
항의하던 외침에 누 될까 오지고 험지인 맹골도로 들어간 선배.
앞바다에서 스러져 간 어린 학생들을 아리게 가슴에 품고 사는 선배.
평생을 외롭게 서러움을 견디며 목회하다 은퇴하고 돌볼 이 없는 섬에 다시 들어간 선배.
화요일에 전화가 왔다.
이번 주일 창립기념예배 설교를 해 달란다.
반가운 마음에 망설임 없이 대답을 했다. "네 갈게요."
밤새워 수다 떨 기대와 섬 구경 할 기대를 가지고.
전화를 끊고 서둘러 기차표를 알아보니 목포행이 매진되었다.
망설일 겨를 없어 고속 버쓰터미널로 가 약속 지킬 걱정 하나를 덜고 설렘 속에 며칠을 보내고 금요일 새벽을 맞았다.
커피와 빵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샤워하고 싱크대, 침대, 리빙룸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집을 나선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서.
설레는 마음으로 전철과 버스로 목포에 가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진도에 도착해 한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선배가 전화가 왔다.
바다에 풍랑이 일어 배 운항이 중단돼
홀로 토요일을 지내고
주일 아침 배 타고 들어와 예배를 드려야 한단다.
온종일 모텔 방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데
누군가 정보를 준다.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열리고 있다.”라고.
회동 가는 버스를 탔다.
5일마다 열리는 장을 보고 돌아가시는 꼬부라진 어른들에게 묻고 또 물어서.
풍물놀이, 노래자랑, 국악 연주, 각가지 특산물의 부스들을 흥미롭게 기웃거리다 의신면 청년회가 경영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기금 마련을 위해 어우러져 일하는 청년들이 부럽고 보기 좋아 바라보다 호기심이 인다.
하지만 실례될 것 같아 물어볼 수가 없다.
보고 또 보아도 청년으로 보이지 않아 망설이고 망설이다 "청년회는 몇 살까지 예요?" 질문을 했다.
걱정을 나무라듯 거리낌 없이 응답을 한다.
“50세까지였는데 금년에 60세로 올렸어요.”
난 할 말을 잃었다.
60세도 청년 회원이 될 수 있는 시대. 60세도 청년 중얼거리다
청년회에서 40년을 일하며 젊게 사는 아름다운 여유들이 보인다.
나는 청년 보다 더 젊은 어린이로 살기로 했다.
그리고 선배를 만나 천진난만하게 수다 떨며 진실과 우정을 섬에서 나눌 기대에 잠을 이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