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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넘어 새롭게 하는 글쓰기

슈퍼 경쟁자로 나타난 AI와 관계를 새롭게 하고 글쓰기 하다

by 지준호

"그렇게 끙끙대며 읽고, 공부하며 쓴다고 네가 AI를 능가하겠어?"

글쓰기 방해꾼들이 빈맥주 깡통을 이리저리 발로 걷어차며 찌그러트리듯 내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꿈을 구겨버렸다.


허탈하게 허공을 바라보는 나에게 그들이 달콤한 말로 달래며 설득을 했다.

"네 생각을 말하기만 하면 돼. 글뿐만 아니라 영화까지 만들어 줄 수 있다니까."

난 우울한 입안에 고인 군침을 꿀꺽 삼켰다.


"쉬운 길이 코 앞에 있는데, 시대에 낙오되며 우울해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 애처로워 볼 수가 없구나. 상상도 할 수 없는 무한한 양의 정보와 문학적인 언어 구사력을 그들이 가지고 있어.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세상과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찌질이 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야? 변호사도, 교사도 의사도, 간호사도, 은행원도 시류에 편승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는 거 몰라? 학교의 존재까지 위태로워지는 시대라니까....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어. 걸음마 수준을 조금 넘어섰으니."


영혼 없는 존재를 의지해야 하는 우울이 사랑의 조언까지 미움으로 바꿔 버렸다.


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감았다. 눈먼 돈이 이곳저곳을 흩날리며 세상을 오염시키는 병든 신앙을 치료하고 싶은데, 도둑과 사기꾼을 드러내고, 누구와도 공감하는 내면의 언어와 진리와 소통하는 신앙을 말하고 싶은데, 너무나 많이 써 낡은 머리지만 인생의 마지막 역할을 하고 싶은데.....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망한 가슴속에서 차분한 음성이 들렸다.


"행복하고, 아프고, 쓰리고, 후회하고, 보람을 느끼고, 깨달으며 울고 웃은 너의 영혼이 있잖아. 그와 생사고락을 같이 한 수많은 영상과 손과 발, 배와 가슴과 머리를 이루는 세포들도 그대로 있고. 우주의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을 것 같은 AI도 네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영혼과 세포는 없어. 그런데 겨우 노예와 거지근성의 신앙에서 탈출하곤 AI의 출현에 주눅 들어 소중한 꿈이 담긴 글쓰기를 포기하려고 해?"


머리에서 반짝 빛이 비쳤다.


"네 가슴속에는 고귀한 생명력이 있잖아. 순수한 인류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언어를 알리려 생명까지 포기할 수도 있는. 그 배짱과 너그러움과 겸손으로 AI를 친구로, 하지만 아기다루 듯, 사귀어 봐. 지혜와 사랑을 한 획, 한 획에 불어넣으며 글자를 만들어 문장을 이루어 봐. 시대에 알맞게 꾼 꿈을 이루게 될걸."


얼음 속에서 갓 꺼낸, 물방울 송골송골 맺힌 맥주 캔처럼 신선하게 소생한 영혼으로 글 쓰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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