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의 탈을 벗고 삶을 아름다운 예술로 만드는 신앙인이 되기까지
"쪼잔한 하나님을 어떻게 믿냐?"
"쪼잔하다니!"
난 녀석에게 얇고 가는 목소리로 턱을 곧추세우고 캉캉거렸다. 토이 푸들이 전지전능한 주인의 바짓가랑이 사이를 들락거리며 몇 배나 더 덩치 큰 저먼 셰퍼드의 말버릇을 고치려는 듯.
"그럼, 자기를 믿는 자만 구원하는 것이 위대한 거냐?" 굵은 목소리로 녀석이 컹컹거렸다.
말문이 막혔다. 숨도 콱 막혔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허망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나에게 녀석이 사납게 짖어댔다.
"쪼잔하다는 표현으론 부족해. 치사한 거지, 아니, 지질한 거야, 아니야, 졸렬한 거지, 좁쌀보다도 더 속이 좁아터진 하나님을 믿으니 시대를 이끌어가기는커녕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 저마다 꼴통처럼 구는 거 아니야!"
녀석은 줄이라도 끊을 듯 달려들다가 내가 불쌍했는지, 상대하기조차 부끄러웠는지, "끄-응" 소리를 내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차라리 전지 전능한 사랑의 하나님이라 말이나 하지 말든지."
철석같이 의지했던 신앙이 산산조각이 났다. 내 눈의 동공이 초점을 잃고 세상은 우윳빛으로 변했다.
이 후로 녀석은 만날 때마다 눈을 치떴다 깔았다 하며 나를 미개인 보듯 했다. 난 다소곳이 눈을 아래로 내리고 녀석의 눈길을 피했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녀석이 미웠다. 저주받아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녀석은 답 할 수 없는 것만 귀신처럼 찾아 왈왈 대다 자기 풀에 화가 치밀어 올라 식식거렸다.
"그렇게 처절하게 신앙인들이 기도를 해 대는데 도둑놈들이나 사기꾼들은 왜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 보다 더 잘 먹고 잘 살며 떵떵거리냐? 예수를 믿지 않아 지옥에 보낸다면 예수가 태어나기 전 사람들은 억울해서 어떻게 하냐? 의로운 사람들이라 일컫는 아브라함과 모세와 요셉과 다윗과 엘리야 같은 선지자들은 모두가 지옥에 있겠네. 예수의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마을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하고..... 너무 예쁜 부인을 탐내는 이집트 왕에게 목숨을 빼앗길까 두려워 아내를 누이라고 소개하는 칠뜨기를 의로운 사람이라 칭하는 하나님이 정상이라고 넌 생각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든지 말든지 하지. 그런데도 그것을 사실로 믿고 따르니 기사의 책을 읽고 망상에 빠진 돈키호테가 되는 거 아니야!"
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끙끙거렸다.
"어떻게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인 하나님의 뜻을 모두 알 수가 있냐....."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녀석이 눈을 흘기며 짖었다.
"그런 하나님을 믿느니 차라리 내 주먹을 믿어라."
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는 건방진 녀석을 왜 그대로 두는 걸까?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시절 그 순간이 떠오르면 아직도 약이 오르는데, 녀석이 목사가 되어 내 앞에 서 있었다. '어떻게 저주받아야 할 놈이 목사가 되었어?' 헛웃음을 웃었다. 복수의 욕망에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너 한번 당해 봐라' 돈키호테처럼 기사도를 발휘해 칼을 뽑아 휘두르듯 했다.
"나에게 했던 못된 질문들은 다 해결하고 목사가 된 거야?"
녀석은 당황해하지도 고뇌의 빛도 없이 빙그레 미소까지 지으며 고개를 끄떡거렸다.
난 돈키호테가 풍차에 달려들 때처럼 날쌔게 옛날에 받았던 공격을 되돌려 주었다.
"사랑의 예수님이 왜 자기를 믿는 사람만 구원시키냐?"
녀석은 날카로운 내 칼을 육중한 풍차의 날개로 툭 쳐 날려버렸다.
"그때 못된 질문으로 비아냥거리고,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는 나를 왜 저주하지 않느냐고 하나님께 불평을 했지? 하지만 난 정말 하나님을 사랑했거든."
난 "킁" 하고 웃었다. 그리고 헛소리를 단 칼에 날리려 캉캉 짖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놈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불렀어?"
녀석은 귀여운 푸들을 쓰다듬듯 부드럽게 답했다.
"왜? 왜? 왜? 왜? 왜? 왜?" 그때는, 그들에게는, 성경에서는 그렇게 하고 지금은 하지 않는 것일까? 알고 싶었어. 사랑은 호기심과 질문을 낳는 엄마인가 봐."
난 칼을 맞고 쓰러진 사람처럼 어질어질했는데 웬일인지 머리에 상큼한 산소가 흘러들어오는 것 같기도 했다.
녀석이 나를 향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방금 세상에 나온 푸들이 꼼틀거리며 눈을 뜨려 하는 것 같구나."
모멸감이 치밀어 올랐다.
"무슨 헛소리로 질문을 피하려는 거야."
"네가 질문하기 시작했잖아. 살아 있는 존재는 사물을 볼 때 궁금증이 생겨나고 그것이 가득 차면 밖으로 터져 나오지."
나는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았다. 계곡에서 청아하게 흐르는 시냇물 소리처럼 녀석이 이어서 말했다.
"난 튀어나오는 질문을 하고 또 했어. 그러다 삐치고, 내 주먹을 믿자고 다짐도 했지. 그러던 어느 날 성경의 수많은 질문들이 공감의 언어를 찾아 들으라고 내 준 숙제인 것을 알았어. 문제를 하나하나 풀면 풀수록 앞못보던 봉사가 눈을 뜬 것처럼 내 눈도 조금씩 조금씩 밝아졌어. 눈을 감고 엄마 젖만 더듬거리며 찾던 난 다른 먹잇감을 스스로 찾아 나섰지. 비로소 스스로 구하여 먹는 즐거움을 맛보았어. 그러곤 푸른 하늘, 붉게 물든 노을, 꽃피고 새들이 지저귀는 들판을 감상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노래를 불렀어. 그러다 짝을 찾아 사랑을 나누고, 함께 뒹구는 가족을 늘리며 행복을 누렸지. 그리고 나와 다른 놈들의 생각과 다른 능력과 다른 지혜들을 모아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닮아가는 신비를 누렸어."
난 가짜가 들통난 기사처럼 이판사판의 마음으로 허공에 이리저리 칼을 휘젓듯 다짜고짜 물었다.
"어떻게 사랑의 하나님이 억울함 많은 세상을 그대로 두냐고? 가난이, 불의가, 거짓이 난무하고 울부짖음이 그치지를 않는데."
녀석은 되레 차분하게 답했다.
"나도 너처럼 불평을 했지. 그리고 사랑을 미움으로 만들고, 행복을 슬픔으로 만들곤 외로움에 떨었지. 질문하고 또 하고 또 하다 진리에서 나오는 지혜로 어려움을 나의 존재가치를 높일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을 알았어."
침을 꿀꺽 삼키고 부러운 눈초리로 녀석을 바라보는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
"성경은 다양한 문화 속에서 형성된 역사와 문학을 통해서, 세대와 인종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작용하는 진리를 숨겨둔 보물창고인 것을 알았어. 우리를 행복하게 하려는 사랑과 지혜의 이야기를 말이야. 난 나무 둥지를 헤치고, 돌부리를 들추며 선생님이 숨겨 놓은 보물을 찾듯 찾고 또 찾았어. 그리고 그렇게 찾은 진리를 삶에 적용해 보았어.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능력이 그곳에서 나타나는 거 있지."
난 녀석을 골탕 먹이고 싶은 욕심에 이를 드러내고 쏘아붙였다.
"그냥 행복하게 하면 되지 왜 힘겹게 구하고 찾게 해?"
녀석은 빙그레 웃으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모든 생명체의 행복은 먹고 싸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데서 오잖아. 그러나 인간에겐 성취하고 인정받는데서 오는 행복을 덤으로 주었더라고. 그런데 그것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구하고 찾아야 하는 수고를 장애물로 둔 것을 알았어. 그게 다른 생명들과 다른 인간에게만 주어진 공평함 아니야?"
난 입맛을 다시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때부터 난 참고 인내하고 극복하면서 발견하고 발명하고 상상하고 창조하며 행복을 누리기로 한 거야."
세상의 오묘함이 보이는 것 같았다. 녀석은 할 말이 남은 듯했다.
"그런데 어떤 놈들은 자신 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해야 한다고 짖어대더라. 그러니 하나님의 축복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사랑의 표현으로 충성하고 봉사를 할 수밖에 없잖아. 그런데 그 헌신과 봉사에서 나오는 맛있는 열매 모두를 그놈들이 가로채는 거 있지."
얼굴들이 떠 올랐다. 피둥피둥 희멀겋게 살찐 몸에 하얀 양복을 두르고 값비싼 보석을 그 위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데 녀석이 내 어깨를 감쌌다.
"세상은 끝없이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고 있잖아. 악과 선, 다름과 아름다움과 추함, 아픔과 슬픔이 뒤섞인 채로. 그곳에서 밝아진 눈으로 상황과 진리와 내면을 보며 나와 세상을 위해 발견한 지혜를 가지고 나 자신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거야."
난 나의 삷 안에도 사랑과 진리가 개입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녀석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어진 모든 환경을 진리와 사랑에 대입하고 미움과 질투와 욕심을 다스리며 품어지는 꿈을 이루며 삶을 의미 있는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