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발 지점에 서다

상념17

by Magic Finger

다시 출발 지점에 서다


내가 서울에 도착하던 그때 그날도 꼭 이맘때쯤이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침대 위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내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구나!'

였다.


그날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달라지려고 그곳에서 미치도록 발버둥 쳤지만, 결국 내 발버둥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나는 제자리였다.


이제 또다시 돌아와 나는 원점에 서서 다시 출발할 때가 된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출발점에 서게 되는 셈이다.


출발점.

늘 출발점에 서지만 그 출발점의 위치는 조금씩 다르고 내가 바라보는 곳도 조금씩 달라진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달리고 다시 돌아오고 달리고 다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다가 인생을 마감한다.


내가 서는 수많은 출발점들이 모여 내 인생의 모습을 만들어갈 것이며,

그 출발점들이 조금씩 이동하면서 나의 모습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야 할 순간에는 가슴이 아리기 이를 데 없다.

정신없이 달려온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패배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다시 원점에 서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을 향해, 내가 바로 전에 바라봤던 곳에서 조금 비스듬히 서서

다시 숨을 고르고 출발 준비를 가다듬는다.


그때 내가 서울로 오던 날 도쿄에는 사쿠라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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