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상념25
가속도라는 말이 있다. 속도를 더해간다는 뜻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가속도가 붙는 법이다.
이를테면 나이를 먹는 일도, 일을 해 나가는데도, 책을 읽는 일에도
가속도가 붙어 점차 그 일을 해내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가속도가 붙지 않는 일도 있음을 이번에 알았다.
아무리 읽어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용이 눈에 붙지 않고 푹 빠져들지도 못했다.
줄거리가 없고 기승전결이라는 흐름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같은 얘기를 몇 번씩 반복하면 생각이 빨리 흐르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어째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말이 '감속도(減速度)'이다.
감속도.
이번 일에는 감속도가 붙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속도가 떨어졌다.
했던 얘기 또 하니 지겹고한 줄 읽고 나면 지루해서 얼마나 남았는지 뒤적뒤적하고,
그런 책과 씨름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편집자는 자꾸만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물어보는데,
그 책을 다시 펼쳐보기도 싫고, 생각만으로도 지겨웠다.
결국 대략의 정리가 끝나고는 보기도 싫은 책 치워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마무리하고 원고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