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팀의 토스 핵심 가치 3.1
나는 토스 핵심 가치 3.0 시절에 잠시 근무했던 적이 있고, 당시에 스타트업에 대한 경험도 토스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핵심 가치 3.0이 커뮤니티 층 내에 하나씩 붙어있는 것을 보고 너무 흥미로워서 오래도록 들여다보곤 했다. 유리창에 붙어있는 토스의 핵심가치들을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 혼자 하나씩 읽어보며 토스의 문화에 대해서 더 깊이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뒤로 토스에 대한 유튜브, 아티클, 뒤이어 나온 토스의 책 '유난한 도전', 그리고 북스톤 출판사에서 열어준 정경화님의 북토크 현장 등 당시에 토스 내부인이면서도 토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던 시절이었기에 토스가 브랜딩되어 외부로 노출되는 모든 곳에 가보려고 노력했다.
2023년 10월 토스는 핵심 가치 3.0을 핵심 가치 3.1로 업데이트했다.
명문화된 핵심 가치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그런게 왜 필요하나? 그냥 일만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10년대 젊은이들의 열광을 불러 일으킨 배달의 민족이 특유의 키치함과 유머를 내세워 브랜딩을 하고 일하는 문화에 대해 설파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으로 '일이란 무엇인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과 정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 '배민다움', '이게 무슨 일이야' 참조)
토스는 금융산업이기 때문에 배달 플랫폼과는 도메인 자체가 다르다. 금융업의 특성 상 1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일해야 하고, 법과 정부의 규제가 항상 뒤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배달의 민족이 내세운 키치함보다는 '끝까지 집요하게 미션을 달성해내는 사람', '토스팀이라는 원 팀 문화에 공감하는 사람'이 더 토스답게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고 믿는 것이다.
토스의 핵심 가치 3.1을 내 경험에 비추어 한 번 더 정리해 보았다.
1. Mission over Individual 개인의 목표보다 토스팀의 미션을 우선한다.
프로 스포츠팀처럼 원 팀으로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토스는 Silo 단위로 다양한 목적 조직을 만들어 일하고 있다. 한 Silo 안에 PO, PM,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이 포함되어 하나의 Product를 만들어 내거나 하나의 Project를 완성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일한다.
토스는 일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여기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프로젝트를 실행하거나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한 개인의 끈기와 집착, 노력과 인내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개인의 목표보다 원팀으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우선한다는 부분이 이 문장의 핵심이다.
이 미션이 맨 앞에 나온 이유도 다른 모든 문장보다 가장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실력있는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극한의 이기주의와 극한의 효율주의인 구성원들만 모여 있다면 지금의 토스팀처럼 일에 몰입하면서도 서로 신뢰하고, 응원하면서 일을 해낼 수 있는 좋은 문화를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2. Aim Higher 더 높은 수준을 추구하라
단순히 현재의 시장에서, 현재 우리나라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으로 일을 해내고, 세계에 없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것.
단순히 금융회사가 아니라 한국에 없던 간편 송금을 처음 만들어 내고, 정부의 규제에 막혀 서비스가 중단 되었다가 규제를 다시 풀어 나가면서 핀테크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끊임없이 규제를 혁신해 새로운 사업들을 해낼 수 있는 힘도 단순히 일반적인 수준에서 잘하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아니라 사용자의 불편을 캐치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 그것을 구현하려는 구성원들이 토스팀에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 보안 - 토스의 보안 시스템(정보보호대상 수상, ISO/IEC 27001 인증 획득, PCI-DSS 획득, ISMS-P 획득)
https://support.toss.im/security
2) 디자인 챕터 - 토스페이스(세계적 디자인 어워즈인 레드닷 어워드 2023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 이모지 폰트 최초로 수상)
서버, 프론트엔드, 백엔드 개발자분들이 모두 일 잘하기고 유명하다. 최근에는 'B주류 경제학' 등을 필두로 다양한 토스다운 콘텐츠와 광고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나의 톤으로 느껴지도록 아티클과 토스 내 다양한 문구들을 수정하는 UX Writer분들이 있다.
이외에도 토스는 코로나 19 이슈로 백신 접종 유무를 앱 내에 설치하기, 시각장애인이 쓰기 편한 앱 만들기, 민원24의 문서를 토스 앱에서 바로 보여주기, 무료 만보기 서비스를 통해 토스 유저를 모으고 커뮤니티 강화하기 등 트렌디한 다양한 시도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서비스이더라도 공익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일에 주저함 없이 뛰어들어 Aim Higher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 Focus on Impact 하면 좋을 10가지보다, 임팩트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스타트업의 특성 상 끊임없이 신사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직면한 일들이 산더미다. 너무나도 해야할 일이 많지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일 한 가지만 남겨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문제를 풀어 나감으로써 진짜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방식은 책 '원씽'에 나오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이 문장은 정말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문제 집중하는 것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를 풀어냈을 때 연결되어 있는 모든 작은 문제들을 연쇄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처음 이 문장을 읽고 몇 번 머릿속으로 되뇌어 보면서, 일하는 방식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토스팀 리더 승건님이나 토스의 구성원들 또한 큰 문제를 해결해 본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라 탁월한 한 문장을 뽑아냈다고 생각했다.
4. Question Every Assumption 모든 기본 가정에 근원적 물음을 제기한다
혁신과 창의성을 가로막는 것은 기존의 규제나 가정, 모든 관습일 수 있다. 만약 기존 조직 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의문이 있지 않았더라면 실리콘밸리가 아닌 강남에서 토스와 같은 조직문화를 만나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기존의 가정도 다시 들여다 보는 것, 어제까지 잘 작동하더라도 오늘에 와서 그것이 이미 사양된 지식이거나 진실이 되었다면 다시 제로부터 시작할 용기를 갖는 것. 그것이 토스팀이 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5. Execution over Perfection 완벽해지려 하기보다 실행에 집중하라
린하게 시작해서 빠르게 쌓아 올리기. 빨리 실행하고, 빨리 실패하고, 빠르게 다른 가정과 방법을 찾아서 끝내 성공시키기. 토스 핵심 문화 3.0 시절에는 'Courage to Fail Fast'를 사용했다. 당시 문장에서 바뀐 것이 있다면 실패보다는 실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된 것이다.
토스팀의 리더 승건님의 다양한 영상을 찾아보면 5년 동안 8번을 실패해서 더 이상 실패라는 것이 두렵지 않았을 때, 이번에 또 시도해도 또 실패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해내야겠다고 생각했을 하던 9번 째 시도에 토스라는 서비스를 론칭하고 드디어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지긋지긋하게 실패해서 실패에 대한 면역과 성공에 대한 새로운 DNA가 주입된 토스팀에게는 실패 또한 실행의 결과값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실패 그 자체 보다는 실행에 대한 강조를 함으로써 토스팀이 원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과 성공에 더 가까워지고자 한 듯 하다.
↓ 토스팀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승건님의 영상들
https://www.youtube.com/watch?v=GZv6NwaEIxU
https://www.youtube.com/watch?v=Tmj1HEFnKpE&t=1455s
6. Learn Proactively 주도적으로 학습한다
토스팀 내부에 꽂혀진 스타트업의 조직문화, 각 직무에 대한 책들을 참고해서 학습할 수도 있고 토스 내부의 자료들을 참고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외부의 자료나 웹을 통해 학습할 수도 있고 서점에 방문해 새로운 책을 보고 학습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지금 우리팀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빠르게 학습하고 또 적용하고 필요하다면 팀원들에게 나누면서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7. Move with Urgency 신속한 속도로 움직인다
토스팀의 아티클이나 승건님의 영상을 보다 보면 '실패, 실행, 빠르게, 저비용, 검증' 등의 단어가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린하게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검증하고, 검증된 내용을 바탕으로 빠르게 실행해서 몇 번의 실패를 딛고 프로젝트를 성공해내자는 의미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운, 노력, 끈기 등의 여러 요소가 작용할 수 있지만, 그런 모든 것들을 차치하고서 지금 당장 토스팀이 해야할 것은 신속한 속도로 움직여 한 번 더 실행하고, 실패하고, 성공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8. Ask for Feedback 피드백을 자주 구하라
핵심 가치 3.0 시절에는 Radical Candor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솔직한 피드백을 줘서 빠르게 개선해 나간다는 것이 강조되었는데,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이 일하는 것이다보니 피드백을 주는 사람의 솔직함만이 강조되다 보면 피드백을 받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거나 피드백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또는 상하관계)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부분을 핵심 가치 3.1에서는 피드백을 구하는 사람의 요청에 집중해 보다 활발하고 투명하고 건전한 피드백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처음 토스에 왔을 때, 그리고 회사 서재에 꽂혀 있는 몇 권의 책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넷플릭스, 규칙없음>과 토스의 책 <유난한 도전>을 모두 읽고서 들었던 생각은 '토스는 위대한 철학자가 이끌어가는 회사이구나'였다.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밖에서 봤을 때는 전혀 성같이 생기지도 않았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지도 않았지만 캐시퍼가 가진 마법의 힘으로 성이 다리를 펼쳐서 걸어 다니기도 하고, 색깔이 바뀌는 문을 열면 다양한 곳으로 나갈 수 있기도 한 신기한 성이었던 것처럼 내가 본 토스도 그랬다.
핸드폰으로 보이는 깔끔한 토스앱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쉴 틈 없이 일하는 동료들의 치열한 모습,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토스의 문화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위대한 철학자가 원대한 뜻을 가지고 긴 시간 숙고해서 만들어 낸 문화와 그 문화를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 그리고 그 결과물인 앱 같았다.
문화의 힘으로 토스의 동료들이 웃으며 일에 몰입할 수 있고, 문화의 힘으로 다양한 토스의 서비스와 토스의 결과물들이 나왔다고 생각하며 혼자 내적으로 큰 감동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잠시 몸 담았지만 나는 토스의 정수가 토스다운 문화에 있다고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토스를 통해 '조직문화'라는 분야를 새로 알게 되어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다. 토스를 통해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 스타트업의 언어로 이야기 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토스가 세상에 존재해줘서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
↓아래는 토스 핵심 가치 3.1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