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신카이 마코토, 2004)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너의 이름은>과 상당한 모티프를 공유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으로 분단국가가 된 가상의 일본에서 소년들이 국경 저편의 탑에 이르기 위해 비행기를 개조하고 평행세계의 발견과 함께 선택의 순간에 도달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서사다.
구름의 저편으로 설정된 유니언 탑은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자 성장에 대한 알레고리다. 2000년대 내내 세카이계에 몰입하던 신카이 마코토에게 이 성장은 구름에 둘러싸여 다다를 수 없는 또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익숙하게도 소년들의 꿈이 평행우주의 틈에 갇힌 사유리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설정한다. 자라지 못한 소녀, 여전히 꿈만 꾸는 어른이 된 소년이 무단비행을 통해 탑에 도착했을 때 세계가 재구축될 것이라는 환상은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에 신카이 마코토가 자신의 청춘을 재정의하는 특유의 폐쇄적인 태도에 가깝다.
흥미롭게도 미성숙의 기호들을 두르고 있는 이 작품에서 신카이 마코토는 자신이 설계한 '내면의 정원'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을 미약하지만 가시적으로 보이고 있다. 이 의지가 311이라는 국가적 재난과 조우해서야 이루어졌다는 것은 비극적이지만 그가 기꺼이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용기를 냈다는 점에서 그의 세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