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 중 하나는 매년 새로운 것을 공부하며 자격증을 따는 것이다.
직장 생활하며 여유시간에 배워보고 싶은 관심 가는 것에 자유롭게 도전하는 편이다.
배우기만 하면 아쉬우니 이왕이면 자격증까지!
16년 유통업이 궁금해서 유통관리사
17년 타로가 신기하네 타로카드 상담사
18년 민법 공부하고 싶어서 공인중개사 1차
19년 부동산업이 궁금해서 공인중개사 2차
22년도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관심이 생겼다. 우연찮게 한 잡지사의 베타테스터로 참여하게 되었고, 6개월간 매주마다 글을 썼다. 하다 보니 재밌어서 9월에는 30일 중에 25일이나 글을 썼더라.
각 자격증을 취득한 스토리도 찬찬히 올리겠지만, 오늘은 22년의 도전이었던 콘텐츠 크리에이터 수료증을 받은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공부하면서 틈틈이 찍어본 그때그때의 흔적이다.
4월, 8월, 10월... 달력의 흐름처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야식을 먹으며 듣기도 하고, 강의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기도 열심히 하며 보냈다.
때는 바야흐로 4월.
인스타그램을 생각 없이 보고 있던 나에게 문득 번아웃 캠프라는 광고가 나타났다.
"내 삶에 찾아온 번아웃을 극복해 봅니다."
그 당시의 나는 내 삶에 가장 어둡고 처절한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힘들다..라고 생각했던 적은 왕왕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걸어 가다 보면 다시 새로운 길이 펼쳐졌었다. 그래서 인생의 목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길로 펼쳐졌었을 때도, 수용하며 '이 또한 운명인가 보다~' 하고 받아들였던 나였다. 어쩌면 학교나 직장 등 대체 가능한 것들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잃어버렸을 때의 충격은 그 이상이었다. 인간관계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 힘으로 할 수 없었고, 그렇게 6년 간의 아름다웠던 시간은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이 믿을 수 없는 충격에 나는 쉽사리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공허함, 슬픔, 무기력함 등의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었다. 답답한 머릿속과 달리, 정말 신기하게도 내 몸은 평상시의 습관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는 꽤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편이다.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고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1년에 한 개씩 자격증도 따고 있었을 거다.
눈에 언뜻 뜨인 번아웃 캠프 베타 테스트라는 광고에 홀린 듯 가입하고 신청을 하게 되었다. 6주 동안에 일주일에 하나씩 과제를 간단하게라도 하면 낸 돈을 환급해준다는 것이었다. 10만 원의 금액이라 '믿져야 본전이지, 일단 내가 살고 보자, 뭐라도 해보자' 라는 생각에 지푸라기라도 잡아본다는 심정이었다.
다른 사람은 번아웃과 같은 삶의 힘든 순간을 어떻게 지나가고 이겨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지만, 삶의 어둡고 힘든 이야기는 다들 쉽게 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서로 공유하며 공감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6주를 다양한 활동을 하며 보내게 되었다. 매일매일 산책하는 것을 과제로 주기도 했고, 과거 속 자신의 삶의 순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새로운 장르의 영화나 책을 읽으며 주의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감각을 열어보았다. 이메일로 일주일에 하나씩 좋은 글귀를 보내주었고, 때로 위안이 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 40명이 N사 밴드에 모여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나눴다. 다들 동기는 다르지만 각자의 길 위에서 힘들어하는구나, 나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그 안에서 공감을 했고, 타인의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묵묵히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웠다. 다시 일어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게 2달을 보냈다.
무더운 여름이 되었다. 이 회사와 연이 계속 닿는지 또 새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집중하는 한 잡지사의 따뜻한 진의가 느껴졌기에 조금 더 들어보자!라는 생각에 계속 도전하게 되었다. 그렇게 에디터(콘텐츠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잡지사의 기사가 어떻게 제작되는지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었다. 잡지 내용을 만드는 기획자처럼 다시 6주간 글을 썼다.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에 대해서 글을 쓰고, 존경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기회를 가지고, 사진 구도를 배우며 멋진 포토그래퍼가 되기도 하였다.
마침 이 회사도 더욱 성장하기 위해 도전하는 시기였을 것이다. 그래서 환급이라는 제도를 걸고, 수강생을 모았고 각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을 것이다. 이 회사를 플랫폼 삼아 여러 사람이 모이기도 하고, 많은 글감들이 생겼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 쓰는 것을 검증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실력을 늘려보기도 했다.
4-5월 번아웃 캠프
7-8월 글쓰기 에이터 수업
9-11월 프리랜서 잡지사 기획자 수업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었다. 심화 과정으로 8주가 다시 지나갔다. 일주일에 한번씩,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글감을 만들고 배우고 글을 적는 생활을 반복했다. 번아웃 캠프에서 우연찮게 시작된 글쓰기는 이번 연도 내내 나와 함께 했다.
그렇게 수료증을 받게 되었다. 4월부터 11월까지 모든 차수의 과제를 다 제출했고, 냈던 돈을 모두 환급받았던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사실 직장인에게 수료증은 크게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나 자신이 최선을 다해 즐겼던 시간의 가치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뜻깊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혹시 모른다. 이런 글쓰기의 흐름이 지금의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나로 이끌었는지!
세상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