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주' 자도 모르는 나는 내 기준 많은 돈을 주식에 묶여 있었다. 그것도 작전주에.
때는 2년 전, 주식의 좋은 정보를 들었다. 친한 분의 아시는 분이랬다. 귀동냥으로 여러 번 정보를 주었고, 귀신같이 주식의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잡는 등 생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 분이었다. 주변도 같이 돈을 벌고 있었다. 친분이 생겼고 점차 안 믿으래야 안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렇게 나는 주변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돈을 작전주에 투자하였다. 그렇게 며칠을 묶어놓았다. 어느 날 나는 목욕탕에서 평온하게 목욕을 하고 있었고, 끝나고 나오니 긴급한 통화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매도할 타이밍!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팔아야 할 고점의 한차례 태풍이 지나갔었더랬다.
아뿔싸, 이런 거구나.
타이밍을 한번 놓친 주식은 올라올 기미가 없었다. 무한히 떨어지는 주식 그래프를 바라보며 속이 쓰리고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손해 보고 팔고 싶지는 않았다. 안정적인 내 성향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작전주와 거리가 멀었다. 다시 올라올 그날을 기다리며 묵혀둘 수밖에 없었다. 내 주식은 저점에서 올라올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뼈아픈 주식을 경험한 나는 언제 있을 그날을 위해 알람을 걸어놓았다. 드디어 오늘, 갑작스레 주식이 뛰기 시작했다. 크게 움직임이 없던 그간과 달리 끊임없이 올라가는 숫자들.
어어어?
초 단위로 그래프가 무섭도록 뛰고 있었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바로 오늘이구나!!
증권앱에 들어가니 그간 안 들어가서 업데이트도 해야 된단다. 똑딱똑딱. 마음속을 차분히 다잡으려 해도 급해진 마음에 긴장이 되었다. 평상시 안 하던 천주교식 성호도 긋게 되었다. 제발 팔게 해 주세요! 이 질긴 악연을 끊을래요!
쫄보인 나는 올라가는 숫자 중 안정되게 팔릴 선에서 매도를 눌렀다. 시원하게 내 주식은 바로 팔렸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는 주식을 보며 아쉬운 마음도 생겼다.
아오, 100원 더 붙여서 매도할걸!
인간은 역시 간사하고 욕심 많은 존재다. 막상 팔고 나니 소심한 내가 아쉽다.
2년간 받았던 조금의 배당금과 내가 샀던 금액이랑 비슷하게 팔아서 비슷한 금액으로 끝을 냈다. 드디어 팔긴 팔았다. 2년 간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손해일 것이다. 거기까지 올라오는데도 2년이나 걸렸다.
노력하지 않고 요령으로 얻으려고 했던 돈의 값어치를 묵직하게 경험했다. 무려 2년간 묶긴 돈, 작전주 주식에 대한 나의 투자 결과였다. 그리고 오랜 시간 마음 한 구석에 돌덩이처럼 차지하던 불편한 감정. 다른 곳에 투자했으면 더 벌었을지 모르는 기회비용. 경험이라지만 내 수준엔 과했던 것 같다.
아드레날린 뿜뿜 하며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주식은 마음이 불편하다. 올라서 좋은 기분보다는 떨어졌을 때의 답답함이 더 큰 것 같다. 여러모로 재미도 없으니 아무래도 내 성향은 아닌 것 같다. 다시 찾은 소중한 내 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돈은 버는 것도 어렵고 늘리는 것은 더욱 어렵다. 투자는 정리했지만 마음속의 돌덩이는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내가 이미 팔아버린 주식은 최고가를 찍었다. 그리고 하락, 몇 달 동안 계속 저점에서 머무르고 있다. 희와 노의 반복. 이미 내 손을 떠난 주식이라 그때의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나 미련이 남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역시나 기분은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