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세번째 스무살, 환갑을 후쿠오카에서 축하드리게 되었다.놀라운 이벤트 같은 시간. 이런 시간이 주어져서 참 감사한 마음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인생의 순간들이 문득 다가오듯,봄날의 여행 기회가 생겼고 소중히 잡아 예쁜 추억으로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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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일본 여행의 붐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해외를 나가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으로 즐겁게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멈춰 있던 나의 여행욕구가 슬금슬금 끓어올랐다.
으잉? 비행기표가 비싸도 너무 비쌌다. 아이들 방학 시즌이라지만 일본을 50만 원에 간다고? 안가 못 가! 그러던 차에 특가가 반짝 떴다. 3월 금~화요일 29만원. 무려 주말 황금시간대인 금 오전 출발에 30만원도 안된다니. 코로나 이전 가격이다! 그렇게 홀린 듯 나는 티켓팅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비행기표를 끊어도 옛날처럼 설레지가 않았다. 여행 갈 때마다 엑셀로 일정표를 만들며 계획 세우는 것이 한때는 인생의 즐거움이었는데, 이제는 손이 가지 않았다. 여행도 청춘처럼 한때여서 흥미가 줄어든 걸까, 혼자 놀러 가는 게 싫은 걸까. 그렇게 비행기표만 덜렁 끊은 채 몇주를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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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차에 회사일로 바쁜 동생이 놀랍게도 그 날짜에 여행을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동생은 진지한 나와 달리 분위기 메이커라 가족 여행의 신나는 분위기를 이끌 것이다. 아빠도 일본을 가보고 싶다고 하셨던 터라, 이참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 여행으로 일본을 가야겠다싶었다.
30만원씩 가족 3인의 비행기표를 더 끊었다. 가족들의 일정을 조율해서 나보다 하루 늦은 다음날 출발하는 비행기표이다. 딱 좋다. 여행 첫날은 혼자서시간을 보내며 지리를 익혀놓고, 다음날부터 가족들과 함께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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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갑작스럽게 내 일본 여행은 가족 여행이 되었다. 어딜가지? 일본을 한 번도 안 가보신 아빠, 5년 전 나와 후쿠오카를 함께 다녀온 엄마, 일본 여행 2회 차인 동생, 5년마다 일본을 놀러 가는 나. 이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끙끙거리며 일정을 고민하고 있는데, 아빠가 소곤소곤 귓속말을 주셨다.
엄마 이번 연도에 환갑이잖아? 생일도 얼마 안 남았는데 환갑 여행 겸 다녀오면 어때?
반짝! 의미 부여하며 이벤트 하는 걸 좋아하는 나다. 머릿속에 엄마를 놀라게 해 줄 아이디어들이 생각났다. 가랜드와 토퍼를 찾아봤다.예쁜 일본 호텔에서 60세 파티를 해드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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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어디로 한담.일주일 만에 4인용 숙소를 잡으려니 30만원은 기본으로 넘는 숙소들만 나왔다. 사람들 진짜 여행 많이 다니는구나~! 10만원 후반대로 좋은 숙소를 고르려고 이틀을 고른 끝에 겨우 20만원 대에 부모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호텔을 찾았다.
더 레지덴셜 스위트 후쿠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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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중, 당일이다. 동생과 미리 말을 맞춘 터라, 센스 있는 동생이엄마를 모시고 자연스럽게 근처 공원으로 구경하러 갔다. 1시간의 준비 시간이 생겼다! 슉슉 풍선을 열심히 불고, 가랜드를 붙였다. 케이크를 사고, 노란 불빛으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짜잔~ 생일 축하합니다!
"아빠는 바닥에 붙인 풍선들 가운데 서서 케이크를 엄마에게 건네주세요!" 온 가족이 마음 맞춰 준비한 즐거운 이벤트였다. 역시나 공원 구경하고 돌아온 엄마는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에 놀라셨고, 감동하셨다. 해피 벌스데이 투유~ 노래를 불러드리며 축하해드렸다. 눈물은 안 흘리셨지만 감동하는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드릴 수 있어즐거웠던 순간!엄마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은 매우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씩 삶의 의미를 쌓아간다. 일본 여행 중 가장 의미 있던 순간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