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사주 공부를 결심하다

사주 믿으십니까? 이별을 극복하고 인생의 길을 찾는 발걸음

by 부니엘



"사주? 그거 왜 공부해? 믿을 수 있는 거야?"

"미신 아니야? 과학적 근거가 없잖아."

내가 사주를 공부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들려오는 우려 섞인 반응이었다.




내 나이 32살. 결혼 적령기의 꽃다운 나이.

6년을 알콩달콩 만나 내 세상의 전부였던 그가 나를 떠났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아름답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았으나,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와 함께 하는 매 순간이 너무도 당연했고, 그와 함께하는 미래가 아닌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살아갈 힘을 잃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하루하루 해가 뜨고 주 5일씩 회사를 다니고,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웃었지만, 매 순간이 공허했다. 조금이라도 감성적인 글귀를 보게 되면 남몰래 울음을 삼켰고, 내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건드려지면 도망가버렸다.


사랑은 사랑으로 치유하는 거라고, 누군가와 연이 닿아 데이트를 하게 되어도 그 데이트의 끝은 이불속 울음이었다. '왜 네가 아닌 다른 사람과 만나야 하는 거지?', '나는 왜 내 주변의 친구들처럼 너와 가정을 만들지 못했을까.', '너와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 그리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데이트하며 시간을 보낸 상대가 나에겐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길을 잃었다.

정확히는 인생의 방향을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예쁜 아이를 낳으며 일을 하는 30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인생 궤도였다.


결혼을 안 하고 아이가 없으니 시간이 남아돌았다. 내겐 회사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기에 나의 에너지는 넘쳐났다. 가득가득 넘쳐나는 시간을 뭐라도 채워야 했다. 목표를 찾아야 했다. 어디든 달려 나갈 수 없다면 이 순간이라도 잘 보내야만 했다.


한 달간 70명의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동호회에 가입해서 독서, 연극, 게임 등 취미생활을 즐겼다. 동영상, 글쓰기, 부동산 등 얇게나마 이것저것 배웠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즐겼다. 가족,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떠났다. 회사 일을 열심히 해서 승진을 했다.


하지만 일상을 잘 보내는 것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한없이 공허했다.


쉴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쉬는 순간, 나의 정신은 과거로 돌아가 버렸다. 그와 함께 했던 행복한 추억을 그리워하거나 그와 지겹게 의견 대립을 하며 피폐해져 가는 모습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른 방법도 써보자. 유리처럼 연약해진 내면을 다독이고 힘을 주기 위해 애를 썼다. 1년간 매주마다 한 시간씩 심리 상담을 받았다. 심리학 석사생들과 독서모임을 하며 마음공부를 했다.


미성숙하고 치기 어린 그때 시절의 내 모습을 수백 번 되돌려서 바라보았다. 과거의 내 생각과 행동의 잘못이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나 혼자만 잘못한 것은 아닐지언데 과거의 내가 미워서 더욱 나를 자책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다가 사주를 만났다. 정확히는 방황하는 내 모습을 보고 답답해하던 주변의 어른 한분이 나를 철학관으로 데리고 갔다. 처음으로 접한 사주. "생년월시가 어떻게 되나요??" 1시간 동안 나 자신이 누구인지, 나는 어떻게 살았고 장단점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풀이를 듣고 왔다.


너무도 신기했다. 8글자로 나를 다 안다고??

겉으로는 조용하고 차분하고 반듯한데, 실제로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성향이네요. 32살 무렵에 이성하고 한번 헤어졌을 수 있겠네요. 그래도 이제 숨통이 좀 트일 것 같아요. 처음 본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남자인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만 이성적으로는 마음을 쉽게 주지 못하는 것도 다 알고 계셨다.


"내 인생을 알 수 있다고?' '나의 32살엔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전 남친은 왜 아니라는 거야? '말년에 더 잘 산다고?'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답답했던 내 마음에 아주 조금.. 희망의 끈이 보였다.


해석을 듣고 나니 원리가 궁금했다. 납득이 되어야만 했다. 이유 없이 믿는다는 것은 위험했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 내 인생이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이유, 직장에서 길이 안 보이는 이유... 귀신같이 맞추는 모습에 신기했다. 미래가 안 보이는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다.


나는 사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인생을 알 수 있다는데 밑져야 본전, 공부 안 할 이유가 없다!


내 맘을 편하게 하기 위한 자기 합리화이든, 그를 잊기 위함이든, 넘쳐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함이든, 인생을 알 수 있다는 호기심에 나는 사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