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청초호짙은 안개를 헤치고 맞닥뜨린 숲 속에 나타난 갈림길.
소녀는 어느 길로 향했을까.
작은 마차가 지나갔을 법한 오솔길과
북아일랜드의 전사들이나 택했을 듯한 웅덩이 파인 진흙탕길.
윌리엄 웰레스의 후예인 양,
자연스레 웅덩이를 뛰어넘어 걷는다.
뭉게구름 아래 쌍무지개 너머로 커다란 호수가 보인다.
습지동물들의 그림을 그리며 사는 화가가 살 법한 오두막과,
뭍으로 나가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보트가 앉아있다.
허하학~
머리 위 나뭇가지에서 갈까마귀가 울부짖는다.
그쪽, 그쪽이 아니라고.
나침반은 팽이처럼 돌고 있고,
시계의 시침은 고장난지 오래다.
이제는 뒤돌아 서야 하는 시간.
달력까지 뒤적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잔잔한 물 위를 잠시 스치는 새처럼,
가볍게, 사뿐하게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