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x Apr 18. 2023

이경영, 또경영...'퀸 메이커'

무료하던 차에 김희애와 문소리가 나온다길래 '퀸 메이커'를 보기로 했다. 이제는 살짝 자신의 나이가 보이는 김희애는 역시 명불허전이었지만 극초반부 다소 과장돼 보이는 문소리와 호기스럽다랄까 치기 어리다랄까, 아무튼 조금은 그래 보이는 윤동주역의 젊은 남자 배우 보고 있는데, 4회 차인가에 갑자가 그가 등장했다.

이. 경. 영.

또경영이라고 불리는 그 배우, 그의 출연이었다. 오달수 유해진에 이어 관객수 3위라는, 만약에 생긴다면 충무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이 유력한 남자.

내가 그를 처음본건 비 오는 날의 수채화던가, 신성일 엄앵란의 아들 강석현과 옥소리 주연의 영화였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그가 세간의 인기몰이를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잘 생긴 얼굴도 아니고 그렇다고 빼어난 비주얼이나 인상적인 연기력도 아니기에 그저 저러다 말겠지 했다.

1989년 허리우드극장 아래 소극장에서 '아일랜드'라는 연극을 본 적이 있는데 주인공 배우의 이름이 이경영이었다. 그 배우도 그 후로 TV 드라마 나오곤 했는데 영화배우 이경영만큼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 빌런으로 등장한 이경영은 언제 어디 나와도 야비하고 욕망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캐릭터로 주로 출연했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남자 주인공의 수호신 역할을 하며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불던 휘파람 소리잊을 수 없지만서도.

개인적인 소견으로 이경영 최고의 출연작은 '게임의 법칙'이다. 당대 최고의 흥행배우였던 박중훈의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오연수와 함께 출연했던 이경영의 찌질하고 구질구질한 연기는 오래도록 잊히질 않는다.

혹자는 말한다. 이경영과 송영창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영화는 어쩔뻔했냐고.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법. 세상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 그는 대체불가제인 분위기다.

얼마 전 정주행한 '비밀의 숲'의 이윤범과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이경영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솔직히 궁금하지는 않지만 김희애와 문소리를 아끼는 마음으로 '퀸 메이커'를 대해야겠다.

30여 년 전 시대를 풍미한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를 해보겠다고 강남터미널 지하상가를 휘던 기억을 떠올리며...

매거진의 이전글 '성난 사람들'...'BEEF'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