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본능적으로 바뀌는 것을 싫어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익숙한 것이 낯선 것으로 바뀌는 그 모든 것을 거부한다. 그것이 변화던, 혁신이던, 퇴보던 간에 몸과 마음에 축적되어 온 것들이 뒤바뀌어 적응하기에는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저런 이유로 바뀌는 것을 싫어해서 잘못된 것조차 묵인하고 계속해서 안고 간다면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건 뻔한 이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암묵적 동조하에 이런 일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콕 집어 이야기하기 뭐 하지만, 특히 그 조직적 결속력이 강하거나 고인물 세력이 강건한 집단의 경우에는 더 견고하다. 우리가 수십 년간 해오던 좌측통행도 우측통행으로 순식간에 바뀌었지만, 지금도 인도를 걷다 보면 좌측통행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일쑤다. 학창 시절, 좌측통행을 안 했다고 선생님이나 학생주임에게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나나 내 동년배들에게는 실로 격세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보기 전에 모든 관객이 일어나 부르던 애국가, 그리고 이어지던 대한뉴스. 오후 5시에 애국가가 길거리에 울려 퍼지면 하던 놀이도 멈추고 애국가를 들으며 대충 태극기가 있을만한 곳을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던 추억도 과거의 일일 뿐이다.
초등학교 때, 기수와 기장을 따라 2열 종대로 등교한 뒤, 학교 입구에서 기장의 선창으로 따라 외치던 국기에 대한 맹세, 고등학교 때 교련복을 입고 군인이나 하던 사열과 분열을, 흙먼지 먹어가며 맹렬히 연습해서는 구령대에 있는 교장선생님을 위시한 교육청 관계자에게 우로 봐~ 충성!을 소리치던 시절도 마찬가지다.
학기초면 정기적으로 시험을 보고 외우지 못하면 담임선생님의 몽둥이찜질을 피할 수 없었던 국민교육헌장도 동일선상이다.
그러나, 세월과 매, 술에는 장사 없듯이 세월은 흐르고 시대는 바뀌었다. 부서장이 퇴근할 때까지 눈치를 보던 신입사원은 온데간데없고, 퇴근시간이 땡하면 바로 퇴근하고 연휴가 다가오면 온갖 연차를 당겨 일주일 열흘씩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하는 젊은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라떼(나 때)는 꿈도 못 꿨다느니,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버르장머리가 없다느니 하는 순간, 꼰대로 전락하여 위아래로 왕따 당하며 비난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Deserter Pursuit, 탈영체포조. DP2가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박범구가 더 어울린다) 손석구가 등장해 극을 이끌어간다. 군대 개인의 스토리와 그에 따른 사건 사고로 연계되는 1편에 비해 군이라는 거대 조직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의지가 개입돼 다소 불편하게 보이는 점도 없지는 않지만, 주연 배우와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1편에 못지않다.
병역의 의무가 주어지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아직도 그 많은 탈영병들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사람 사는 곳에 이런저런 이유로 벌어지는 일들은 당사자가 아니면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나오는 자막,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를 다시 한번 상기하며, 이 땅의 의무 병역병 모두에게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