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인 재삼이는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린데, 생일이 2월이어서 또래보다 학번이 빠르다. 나보고 형이라고는 부르지만 술 한잔 들어가면 자기 대학 동기가 나랑 동갑이라며 그 친구 이름 뒤에 새끼를 붙여 부르곤 한다. 그러면 나는 조용히 말한다.
"그냥 나도 새끼라고 불러".
착한 재삼이는 지금까지도 늘 나를 형이라고 부르지만, 아직까지도 나와 동갑인 자기 동기는 새끼라고 부른다.
재삼이는 여러 가지로 재주가 많고 재미있는 친구인데, 나열하자면 길기에 생략하기로 한다. 재삼이는 나이에 비해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아서 잡지식이 많은 나도 가끔 그의 얘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었다.
어느 여름날이던가, 어린애들 얘기를 하다가 내가 의문을 제기했다. 왜 어린애들은 샌들의 좌우를 바꿔 신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마침, 내 조카도 있었는데 그 아이도 집에서 외출할 때면 늘 좌우를 바꿔 신곤 했다.
내가 재삼이에게 말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이상한 현상이야. 샌들을 좌우 바꿔 신는 애들이 한두 명이 아니고 거의 모든 애들이 그러는 것 같아".
내 얘기를 듣던 재삼이가 말했다.
"아니에요 형. 많은 애들이 샌들의 좌우를 바꿔 신는 건, 애들이 보기엔 그게 좌우가 맞다고 보는 거죠. 어른인 우리가 보기엔 좌우가 틀리다고 생각하지만, 애들이 보기엔 그게 맞는 거죠".
그래서 결국은 신발회사에서 좌우를 바꿔 만들어야 한다 내지는 어린아이들의 경우는 샌들을 좌우 구분 없이 해야 한다고 떠들어댔던 것 같다.
그때 옆에 있던 친구 수연이가 생맥주 잔을 들며 말했다.
"지랄들 고만하고 마셔. 들면 술잔, 내리면 빈 잔~"
강원도 고성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