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분홍 립스틱' 이야기

순진했던 나와 야했던 어떤 친구

by Jonx

'분홍 립스틱'이라는 노래가 나와서 유행을 하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한참 흥얼거릴 때, 내가 여성학 박사로 명명해 준 과 동기가 말했다.

"분홍립스틱은 가사가 너무 야해."

당시는 왜 야하다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분홍 립스틱'은 1970년대에 만화 주제곡 음반을 발매해 히트를 친 작은 별 가족의 멤버인 강애리자가 부른 노래다. 멤버의 막내인 강인봉은 나중에 '자전거 탄 풍경'이라는 그룹을 결성해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부르기도 했다. 작은 별 가족의 멤버는 7남매였는데, 그중 유일한 여자 형제가 강애리자였던걸로 기억한다.

'본홍 립스틱'은 제법 유명세를 탔고, 당시 길보드차트(길거리 리어카에서 팔던 카세트테이프) 상위권을 달리던 노래였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후, 추억의 '분홍 립스틱'이 리메이크되었다. 가수 이름은 송윤아. 송윤아? '미스터 Q'에서 우리 예쁜 김희선을 악랄하게 괴롭히던 그 송윤아? 에이 설마... 당연히 동명이인이겠지 하며, 소속사도 그렇지 어떻게 유명 탤런트와 같은 이름으로 가수를 데뷔시키냐 하며 노래를 들었는데 더 가관이었다. 가수 맞아? 소속사 망했네 하는 순간, DJ의 멘트가 나왔다. 노래를 부른 사람은 바로 그 탤런트 송윤아였던 것.(그 후부터는 강애리자보다 송윤아의 '분홍 립스틱'을 더 자주 듣게 되었다)

과거, 일반적인 립스틱 색깔은 빨간색이었다. 어릴 적에 엄마나 이모나 사촌누나들은 모두 빨간 립스틱을 발랐다. 그러던 중,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립스틱 색깔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짙은 브라운색이나 퍼플 등으로 강조하는 스타일도 있었고, 일반적인 빨간색이 아닌 뭔가 프로그레시브함이 가미된 빨간색 계열의 립스틱도 보이곤 했다. 하지만, 나는 뭔가 풋풋한 첫사랑의 내음이 가득하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분홍 립스틱이 좋았다. 아마도 노래 '분홍 립스틱'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가끔 라디오에서 '분홍 립스틱'이 흘러나오면 수줍게 분홍 립스틱을 바르고 고개를 다소곳이 숙인 채 경복궁 경회루 앞을 함께 걷던 그녀가 생각난다.

매거진의 이전글촌철살인...우리 사랑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