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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 이야기

까뮈와 이방자 여사

by Jonx

어릴 적, 친구 중에 '단무지' 스타일의 친구가 있었다.(단순 무식 지랄)

그는 철자 틀리기가 일쑤였고, 알파벳에 매우 약했다.


한 번은 친구들과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 친구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친구로부터 카페로 전화가 왔다.

(그때는 휴대폰은 물론 삐삐, 시티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야~ 거기 어디야?"

"아까 말했잖아, 나우라고"

"뭐?"

"나우라고 나우!"

뚝.

전화는 끊겼고 한참을 기다려도 친구는 오지 않았다.


한참 후, 다시 카페로 걸려온 전화.

"야! 나우가 어딨어?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

아까 설명했던 위치를 다시 차근차근히 설명해줬다. 분명히 이 근처이긴 한데 위치를 못 찾는 모양이었다.

"알았어. 내가 밖으로 나가 있을게"


카페 밖으로 나가니, 바로 앞에서 친구가 담배를 뻑뻑 피우며 씩씩대고 있었다.

"야! 나우가 어디냐고 인간아~"

"여긴데..."하고 올려다보니 'NOW'라는 간판이 대문짝만 하게 걸려 있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술자리가 있었다.

이야기 도중, 한 친구가 까뮈 이야기를 했다.

"저 새끼는 까뮈의 이방인을 모를걸"

흐흐흐, 친구들은 그 친구를 보며 웃었다.

느낌을 눈치챈 친구가 소리쳤다.


"섀끼들아, 나도 알아. 까미의 이방자!"


수년 전,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의 며느리가 타계했다는 소식에 그 친구가 불현듯 떠올랐다.

(현재 그 친구는 모임의 종신 회장으로 모임을 이끌고 있다)

전가복=Happy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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