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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Aug 06. 2020

운학리

근산징자

운학리 근산징자

운학리에 살게 된 것은 1999년부터였다. 내 생일 이틀전인, 1991년 8월 23일 뇌출혈로 쓰러지신 어머니를 공기 좋은 곳에서 병세를 호전시키고자, 땅을 사고 집을 지은 아버지의 이른바 고육지책이었다.


1년여 동안 중환자실과 준중환자실에서 투병생활을 하던 어머니는 집으로 퇴원하게 되었는데, 시신경과 신경계통 등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 온전한 심신이 아니었다.


목욕은 물론 세수와 양치까지 해드려야했고, 위중할 때는 대소변까지 치워야했다. 아버지는 공직생활을 하셨기에 그 몫은 누나와 나의 몫이었는데, 간호사들이 바쁘거나 깜빡하는 날에는 내가 직접 소변줄까지 소독하는 경우도 있었다.


운학리로 이사하고도 어머니의 투병과 가족의 간병생활은 계속되었는데, 어느 날 아침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머니 침대 옆에 누워 자다가 깼는데 침대에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것이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머니를 찾기 시작하는데, 놀랍게도 어머니 혼자 목욕탕에 가서 양치질을 하고 계신게 아닌가. 그렇게 조심씩 조금씩 어머니는 호전이 되셨고 식사도 혼자 드시게 되었다. 어찌보면, 아버지의 고육지책이 신의 한 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겨울, 운학리 근산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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