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 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뜻하지 않은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나의 경우는 그런 상황을 마치 남의 일처럼 방관하기 일쑤였던 것 같다. 내 뜻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상대에게 강력하게 어필하지도 않았고, 또 다른 이에게도 그건 이러이러한 사연이 있었으므로 작금의 사태는 오해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랬던 걸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내가 아무리 이유를 대고 설명을 해도 사람이 한 번 들었던 말은 지우개로 지우듯이 사라질 수 없다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전영록 형님이 사랑도 연필로 쓰라고 했던 걸까.
세렝게티에 서식하는 동물의 세계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사람은 남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험담을 즐기는 사람 이야기를 20분쯤 듣다 보면 드는 생각이, 아~ 이 사람은 다른 데 가서는 내가 먹잇감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험담 전문인의 특성이 느껴진다. 배신도 한 번 해본 놈이 또 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예부터 선지자들이 경청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소심하기 짝이 없어서 오래전부터 말로 인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말을 안 하다 보니 말수가 적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기술이 '듣기'였다. 조금 과장을 더해서, 작정하고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말을 2박 3일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최근, 친한 친구로부터 어떤 일로 인한 고민을 듣게 됐는데, 친구에게 들려준 내 이야기는 이랬다.